전적벽부(前赤壁賦) - 소 식(蘇 軾)
임술(壬戌)년 가을 칠월 열 엿새. 나는 객(客)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적벽(赤壁) 아래에서 놀았다. 맑은 바람 서서히 불어와 물결 일지 않는데 잔 들어 객에서 권하며 명월(明月) 시를 읊조리고 요조(窈窕) 시를 노래하는데 곧 달이 동산 위로 솟더니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한다. 흰 이슬이 강물 위에 비겨 내리고 물빛은 하늘에 닿아있다. 한 조각 작은 배 가는 대로 내어 맡겨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간다. 넓고도 넓은 것이 허공타고 바람을 모는 듯 그 머무는 곳을 모르겠고 가벼이 떠올라 속세를 버리고 우뚝 솟은 듯 날개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는 듯 했다. 이에 술 마시고 매우 즐거워서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치며 달빛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넓고 아득한 나의 마음이여 하늘 저 끝에 있는 임을 그리도다." 객 중에 퉁소부는 사람이 있어 노래에 맞춰 반주하니 그 소리 구슬퍼서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 여음(餘音)이 가냘프고 길게 이어져 실가닥처럼 끊어지지 않으니 깊은 골짜기에 잠겨있는 용을 일어나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릴 듯 하다. 나는 얼굴빛을 바꾸고 옷깃을 여미고는 고쳐 앉으며 객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토록 슬프오?" 객이 말했다. "달 밝으니 별은 드물게 보이고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가네. 하고 읊은 것은 조조(曹操)의 시가 아니오? 서쪽으로 하구(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무창(武昌)을 바라보니 산천은 서로 뒤엉켜서 울울창창 우거져 있는데 이곳은 바로 조조가 주유(周諭)에게 곤욕을 치렀던 그 곳이 아니오? 그가 막 형주(荊州)를 파하고 강릉(江陵)으로 내려와 물결 따라 동쪽으로 내려갈 때 배는 꼬리를 물고 천리에 이어졌고 깃발들은 하늘을 뒤덮었는데 강물을 대하여 술 따르며 긴 창 비껴들고 시를 지었으니 참으로 일세(一世)의 영웅이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물고기 새우들과 짝하고 고라니 사슴들과 벗하며 일엽편주 타고 쪽박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며 하루살이 같은 목숨으로 천지간에 붙어 있느니 망망한 바다 속의 한 알의 좁쌀처럼 보잘 것 없소. 우리 삶이 잠깐임이 슬프고 장강(長江)은 끝없음이 부러워서 하늘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거이 놀고 밝은 달을 안고 오래오래 살려고 하나 그것이 쉽사리 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 서글픈 여음을 슬픈 가을 바람에 실어 본거라오." 내가 말했다.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소? 가는 것은 이와 같이 쉬지 않고 흐르지만 영영 흘러가버리는 것은 아니요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지만 끝내 아주 없어지지도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천지간에 한 순간이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만물과 나는 모두 무궁한 것이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소? 게다가 천지 사이의 모든 사물은 각기 그 주인이 있어서 나의 것이 아니면 털끝 하나라도 취할 수 없지만 오직 강 위를 부는 맑은 바람과, 산 사이에 뜨는 밝은 달은 귀로 들어오면 소리가 되고, 눈에 담겨지면 색깔을 이룩하는데 이를 취하여도 막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소. 이는 조물주가 주신 무진장한 보배이며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고 있는 것이오." 객이 기뻐 웃으며 잔 씻어 다시 술 따른다. 안주가 이미 바닥나고 술잔과 쟁반은 어지러이 흩어졌다. 서로를 배게삼아 배 안에 누우니 동녘이 이미 밝아오고 있는 것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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