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상 제 14대 대통령 취임사(1993년)
친애하는 7천만 국내외 동포 여러분! 노태우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그렇게도 애타게 바라던 문민 민주주의 시대를 열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을 맞이하기 위해 30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마침내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를 이 땅에 세웠습니다. 오늘 탄생되는 정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타는 열망과 거룩한 희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저 자신의 열정과 고난이 배어 있는 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오늘 저는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또한 험난했던 민주화의 도정에서 오늘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 먼저 가신 분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국민과 더불어 머리를 숙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14대 대통령 취임에 즈음하여, 새로운 조국건설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이 땅은 지층 깊은 곳으로부터 봄기운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 민족에게는 번성했던 여름도, 움츠렸던 겨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민족진운의 새봄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결단, 새로운 출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신한국창조의 꿈을 가슴 깊이 품고 있습니다. 신한국은 보다 자유롭고 성숙한 민주사회입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입니다. 더불어 풍요롭게 사는 공동체입니다. 문화의 삶, 인간의 품위가 존중되는 나라입니다. 갈라진 민족이 하나 되어 평화롭게 사는 통일조국입니다. 새로운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서,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나라입니다. 누구나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사회,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나라, 그것이 바로 신한국입니다. 우리 모두 이 꿈을 가집시다. 우리는 일찍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을 이루어낸 민족입니다. 우리 다시 세계를 향해 힘차게 웅비해 나갑시다.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은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습니다. 냉전시대의 종식과 함께 세계는 실리에 따라 적과 동지가 뒤바뀌고 잇습니다. 바야흐로 경제전쟁, 기술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변화하는 세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도약하지 않으면 낙오할 것입니다. 그것은 엄숙한 민족생존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신한국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한국병을 않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인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의 근면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전도된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감을 잃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위기가 있다면 그것은 외부의 도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번지고 있는 이 정신적 패배주의입니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좌절과 침체를 딛고 용기와 희망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폐쇄와 경직에서 개방과 활력의 시대로, 갈등과 대립에서 대화와 타협의 시대로 바꾸어야 합니다.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행동양식까지도 바꾸어야 합니다.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행동양식까지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변화와 개혁을 회피한다면, 우리는 역사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개혁은 먼저 세가지 당면과제의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첫째는 부정부패의 척결입니다. 둘째는 경제를 살리는 것입니다. 셋째는 국가기강을 바로잡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안으로 나라를 좀먹는 가장 무서운 적입니다. 부정부패의 척결에는 성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코 성역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단호하게 끊을 것은 끊고, 도려낼 것을 도려내야 합니다. 이제 곧 위로부터의 개혁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노력 없이 부정부패는 근절되니 않습니다. 깨끗한 사회의 실현은 국민 여러분의 손에 의해서만 완성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경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정부는 규제와 보호 대신에 자율과 경쟁을 보장할 것입니다. 민간의 창의를 존중할 것입니다. 정부가 먼저 허리띠를 졸라맬 것입니다. 국민은 더 절약하고 더 저축해야 합니다. 사치와 낭비는 추방돼야 합니다. 기업은 대담한 기술혁신으로 국제경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 근로자와 기업 모두가 신바람나게 일함으로써만 우리는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주창하는 신경제입니다. 국민 여러분! 흐트러지고 있는 국가기강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부정한 수단으로 권력이 생길 때, 국가의 정통성이 유린되고 법질서가 무너지게 됩니다. 목적을 위해서 절차가 무시되는 편법주의가 판을 치고 게 됩니다. 이 땅에 다시 정치적 밤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또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할 권위를 다시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유는 공동체를 위한 자유여야 합니다. 땅에 떨어진 도덕을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의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교육과 함께 사람다운 사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인간교육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저의 신교육입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부터 정부가 달라질 것입니다. 이제 청와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의 안정과 국민 여러분의 친근한 이웃이 될 것입니다. 저는 국민이 일하는 현장, 기쁨과 고통이 있는 현장에 함께 있을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할 것입니다.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을 나눌수록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국민여러분! 정의와 화해로 새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나갑시다. 지난날 우리는 계층으로 찢기고, 지역으로 대립되고, 세대로 갈라지고, 이념으로 분열되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벽은 허물어야 합니다. 그들은 위로 받아야 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이 양보해야 합니다. 힘있는 사람은 더 큰 것을 양보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성급하게 내 몫만을 요구하지 맙시다. 먼저 우리 공동체 전체를 생각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더 많은 몫을 갖기 위하여 더 큰 떡을 만듭시다. 7천만 국내외 동포 여러분! 저는 역사와 민족이 저에게 맡겨준 책무를 다하여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상적인 통일지상주의가 아닙니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입니다. 김일성주석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 협력할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세계는 대결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의 세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과 국가 사이에도 다양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이념이나 어떤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김주석이 참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이를 논의하기 위해 우리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한라산 기슭도 좋고, 여름날 백두산 천지못 가에서도 좋습니다. 그때 우리는 같은 민족이라는 원점에 서서 모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도처에서 민족의 긍지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5백만 해외동포 여러분! 금세기 안에 조국은 통일되어, 자유와 평화의 고향땅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국내외에서 힘을 합하여 세계 속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런 한민족 시대를 열어나갑시다.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집시다. 신한국을 창조합시다. 신한국의 창조는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부의 힘만으로 이룩될 수 없습니다. 신한국으로 가는 길에는 '너'와 '나'가 없습니다. 오직 '우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모두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합시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반드시 해내야만 합니다. 자, 우리 모두 희망과 꿈을 안고 새롭게 출발합시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힘차게 함께 달려갑시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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