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사 사료
우리의 투쟁은 멈출 수 없다. (1969.9.3 : 3선 개헌반대)
1. 비상대권을 부여하고 임기조항을 완전히 철폐함으로써 또다시 이 땅에 일인독재체제를 완벽하게 소생시키려던 망국 개헌음모는 당내 민주세력의 완강한 저항과 국내외의 압도적인 반대여론에 봉착하여 일시적인 형식적 후퇴를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리하여 현재와 같은 3선연임 개정안을 불법 발의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일인집권을 일회만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활하게도 당장 그들의 음모를 표면상 합법적으로 일보라도 관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것은 국민대중의 반대와 불만을 회유 미봉하려는 기만적인 책동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개헌구실은 앞으로 몇 년 후에도 변함없이 그대로 존속할 것이며 앞으로 오히려 보다 새로운 위기위식을 조성해내고 집권자를 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두시킬 것은 그들의 행적으로 보아 필연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나치스와 볼셰비키의 게슈타포를 방불케 하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그들의 정보 경찰기구는 이미 국민대중의 모든 조직과 생활영역에 침투 지배하고 있다. 보라! 이미 대중의 소리는 철저히 봉쇄되어가고 언론은 하나씩 격파되어 그들의 주구로 변모해가고 있지 않은가? 조만간 국민대중의 일체의 정치적 자유를 마비, 질식시키는 공포의 병영국가가 이 땅에 탄생하리라는 것은 벌써 현실에서 입증할 수 있는 단계에 돌입하였다. 닥쳐올 장래의 이와 같은 암담한 상황에서는 단순한 집권 연장을 위한 개헌만이 아니라 어떠한 보다 가공할 범죄와 테러도 거리낌없이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인텔리의 예견을 넘어서고 있다. 2. 목하 이 땅에는 자유당 말기 증상과 너무나도 흡사한, 아니 이를 능가하는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악몽과도 같은 자유당 독재가 타도된 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찌하여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보다 더욱 무섭고 악랄한 파쇼의 망령이 이렇게 거대하게 성장하여 활보하게 되었는지 우리들 자신들도 어안이 벙벙하다. 4월 혁명의 피는 어디로 갔는가? 4월의 정신은 언제 어디서 사라지고 말았는가? 우리는 5,16 찬탈이 후진국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반민주적 군부 쿠데타라는 것을 직감하면서도 4,19 혁명을 계승하기 위하여 등장하였다는 그들의 강변에 기대를 걸어 보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중을 착각에 빠뜨린 그들의 창당이념이 얼마나 급속하게 퇴조하기 시작하였는가를, 또한 그들에 동조하였던 민주적 이상주의자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탈락되어가고 있는가를 똑똑히 목격하였다. 그들이 찬란한 구호와 이들 이상주의자들은 그들의 성장을 위한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어제 독재를 위한 경제적 폭력적 토대를 완벽하게 구축한 그들은 노골적으로 그들의 정체를 노출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 부정과 권력이 난무한 6,8 선거가 바로 이들에 의하여 계획된 개헌을 위한 예비음모였다는 것을 참으로 이제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는 6,8 부정선거를 타도하기 위하여 궐기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남아 있었다. 우리는 헌법에 의한 그들의 자연적 도태와 그리하여 민권의 회복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헌을 결코 하지 않겠다던 재차에 걸친 그들의 공약이 대중을 기만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제야 완전히 입증되었다. 이미 집권욕에 불타올라 충혈된 그들의 안중에는 대중에 대한 신의나 민주주의나 준법이란 말은 한갓 가소로운 숙식어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드디어 그들은 민주주의 최후 저지선을 공략하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조국의 민주주의는 사멸의 문턱에 도달하였다. 3. 한국도 결국 일반 후진국가가 겪고 있는 악순환의 구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말았다. 아니 이미 그 부류에 속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참담하게 자각시켜주었다. 우리들의 기대는 이제는 하나의 환상으로 바꾸어버린 것이며 우리들의 소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이 땅에 민주주의는 가능하고 일보 전진해가고 있다는, 그리고 그것을 우리의 힘으로 이룩하였다는 긍지는 무참히도 짓밟히고 만 것이다. 참으로 우리는 자신을 과대평가 하였고 참으로 엄청난 요행주의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역사의 법칙은 준엄하다.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를 흘리며 전취하여야 한다는 것, 민주주의는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투쟁의 결실이라는 것,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불과 수백명의 피로 그렇게 간단히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민주주의 단 한번의 대중 봉기로 획득될 수 있는 그렇게 수월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이제야 우리는 피부로 통감하게 되었다, 이제야 우리는 역사의 의미를 진정으로 터득해가고 있는 것이다. 학우여! 왜 우리는 오늘날 이와 같은 불행한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는가. 왜 우리는 창부의 역사를 우리의 민족사로 갖지 않으면 안되었던가? 비겁한 이기주의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바야흐로 우리의 선배가 피흘려 투쟁한 4월 혁명은 유산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빛나는 그들의 전통마저 계승하기를 두려워하는 못난 후배가 될 것인가? 우리의 부모는 우리가 이 투쟁에서 물러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직 자기만 손해 볼 뿐이라고! 그렇다! 이 투쟁이야말로 오로지 형극의 길이다. 단지 자기 희생이외에 어떠한 보상도 없다. 4, 19의 희생자를 보라. 이제 누가 그들을 거들떠보기라도 하고 있는가? 그러나 학우여! 우리들만이 알고 있다. 이 투쟁이, 이 희생이 어떠한 가치를 주는가를! 독재의 음모에 광분하고 있는 자들은 우리의 투쟁을 갖은 방법으로 제어하며 분쇄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들의 정치정보경찰은 우리들의 탄압에 총출동하고 있으며 이미 수많은 우리 동료학우는 불법적인 처벌을 받았고 일부는 학원으로부터 완전히 추방당했으며 학원은 폐쇄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무자비한 공산독재, 나치스 치하에서도 생명을 바쳐 항거한 서구의 지식인을 보라! 오늘날 체코에서 항쟁하고 있는 그들을 보라! 이 조국에서 민주주의를 뿌리심기 위한 우리의 투쟁에 일보의 후퇴도 있을 수 없다. 학우여! 비장한 각오로 대열을 정비하자! 민권의 유일한 보루, 학원을 사수하자! 독재의 음모를 분쇄하자! - 전국대학생 반독재투쟁 민주동맹 서울대 투쟁위원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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