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사료
전두환 제 12대 대통령 취임사
우리는 오늘 시련으로 얼룩졌던 구시대를 청산하고 창조와 개혁과 발전의 기치 아래 새 시대를 꽃피우는 제5공화국의 영광스러운 관문 앞에 모였습니다. 본인은 민족의 역사에서 참으로 중대하고 획기적인 이 전환의 시기에 본인에게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소임을 맡겨 준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경의를 드리는 바입니다. 이번 제12대 대통령선거를 통하여 국민 여러분이 본인에게 압도적인 성원을 보내 주신 것은 본인에게 있어 무한한 영광일 뿐 아니라 본인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하는 채찍질이 되고 있습니다. 본인은 나에게 맡겨진 역사적 대임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나라와 겨레에 바침으로써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할 것을 5천만 동포에게 엄숙하게 서약하는 바입니다. 조국은 현재를 사는 우리 세대의 것만이 아니며, 우리의 조상들이 피땀 흘려 우리에게 물려준 최고의 가치일 뿐 아니라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영원히 살아갈 역사의 보금자리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 민족은 이 땅 위에 반만년 면면히 역사를 영위하면서 외침 등 숱한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고 독창적 문화를 꽃피워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시아 대륙의 숱한 강대한 민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하였으며, 수많은 민족이 이미 그 역사와 문화를 소멸하고 말았으나 우리 민족은 빛나는 문화전통과 동질성을 지키고 발전시켜 찬란한 동아시아 문화의 창조에 크게 공헌하여왔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얼마나 약소의 비애와 망국의 한을 간직하고 있는가를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날의 치욕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우리 조국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이 살아 있어야 하며, 국민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치욕의 역사로 우리 자신을 채찍질해야 합니다. 우리는 또다시 조국이 침몰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체의 만심과 안일에서 깨어나야 하겠습니다. 본인은 지난번 국정지표로 민주주의의 토착화, 복지사회의 건설, 정의사회의 구현, 교육 혁신과 문화창달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같은 4대 지표가 앞으로 본인의 재임기간 동안에 기초를 더욱 굳게 다져 튼튼한 뿌리를 확실히 내릴 수 있도록 본인은 있는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제5공화국 헌법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오늘 취임식을 가짐으로써 새공화국이 명실상부하게 출범하였습니다. 체제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구헌법은 이제 우리의 헌정에서 자취를 완전히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새헌법이 실시되고, 새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새 시대라고 자만할 수는 없습니다. 새 헌법, 새 정부와 함께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어야만 우리는 진정한 새 시대를 꽃피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펼쳐야 할 새로운 상황은 구헌법 구정부 등의 구시대적 논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일체의 진통과 애증으로부터 결별할 것을 우리들에게 엄숙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터전 위에서 새로운 가치를 정열적으로 추구해나가는 창조의 의지, 비생산적 비능률적 독소를 제거하고 국가사회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입하려는 개혁의 의지, 훌륭한 전통과 민족적 정통성을 살찌워가는 발전의 의지를 함께 모아가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역사의 전환기를 맞는 우리의 공고한 시대정신으로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본인은 주어진 임기 동안에 국민 모두가 오랫동안 갈구하는 희망하고 요청해온 이 세 가지의 해방을 쟁취하기 위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충정을 다 바쳐 일할 것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두는 바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그동안 수차 강조한 바 있으므로 오늘은 생활의 질 문제에 관해 언급을 해볼까 합니다. 북한주민은 지난 36년간 내부의 종적인 비교만 할 수 있었을 뿐 외부세계와의 횡적인 비교는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그들은 최소한의 자유도 맛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유를 갈구조차도 못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능성이 완전히 박탈된 비극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인도적인 측면에서 북한주민의 생활의 질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참담한 것으로서 동족인 우리들로서는 이에 대한 무한한 동정을 금할 수 없습니다. 본인의 1,12 제의도 통일에 접근하기 위한 것이었음은 물론 북한 주민의 인간성과 생활의 질이 향상되도록 북한의 개방을 촉구하고자 하는 데 그 뜻이 있었던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전쟁의 두려움에서 해방이 되어야만 민족 전체의 생활의 질도 개선 향상될 수 있다고 볼 때, 남북상호간의 신뢰 조성은 매우 긴요한 문제이며, 따라서 본인은 이 자리에서 1,12 제의의 수락을 다시 한번 북한당국에 대하여 촉구하는 바입니다. 둘째,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은 우리 민족 대대의 숙제이자 염원입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빈곤을 숙명처럼 체험하여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10여 년간 국민의 피땀 어린 노고로 큰 성과를 쌓아올려 우리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성장과 분배면의 모범 국가가 되다시피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인은 기업인의 윤리를 지켜야 하고 근로자와 농민, 그리고 소비자도 성장과 성숙의 80년대가 요구하는 시민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이 사회의 그늘에 드리워 있는 절대빈곤을 퇴치하고 국민 전체의 기본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의 이해와 호응이 없는 정책은 공론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셋째, 정치적 탄압과 권력남용이 이 땅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본인은 법으로 국정을 집행하고 법으로 정부를 이끌어갈 것을 분명하게 밝혀두는 바입니다. 헌법에 충실하고 모든 법령을 지키는 것은 바로 정치적인 탄압과 권력남용으로부터 해방을 촉진하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특정인을 위한 법의 개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있어서는 아니 되며, 특정 이익단체를 위한 권력남용도 철저히 배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정부의 모범과 더불어 또 한편으로 국민 모두가 법을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해주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3대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확고한 우리의 것으로 함으로써 비로소 근대적인 산업민주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하고, 그 위에서 국민의 복지를 기약할 수 있는 유산을 후손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본인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성실, 정직한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나라의 지속적인 전진을 바라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우리의 숙제인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꼭 확립하고야 말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두는 바입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생명력이 넘치는 개방사회이며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의 능력을 존중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최대로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대화로 조정하고 종합함으로써 그것을 민족의 압력으로 승화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갈등과 파쟁보다는 화해와 토론을 통해 총의를 창출해내야 하며 그것은 새 역사의 조류를 굵게 하고 힘차게 하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총의의 형성이 아니라 그것을 방해하려 하거나 그 외곽에서 방관하려는 자세는 민족사의 전진을 위해서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우리는 이제 새 역사의 첫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우리는 목표에 와닿은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지금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겨우 국가적 난국을 극복한 단계이며 모든 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본인은 나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 준 국민 여러분의 명령에 충실할 것이며 여러분과 본인의 삶의 터전인 이 나라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충실할 것입니다. 본인은 본인이 공약한 새 시대의 전개에 충실할 것이며 본인이 발의하고 공포한 헌법에 대해 충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직을 생활신조로 삼아온 하나의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신조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이하 생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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