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재적 요인과 내재적 발전론
자, 그럼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를 전개해볼까나?
그런데, 한국 근현대사의 시작점은 2가지 이야기를 같이 다뤄야 해. 먼저, 일본에 의해 개항한 만큼 우리의 근대사는 일본이나 제국주의 국가의 영향이 무지~ 크다는 <외부적 요인>을 이야기 해야 하지.
그런데, 이 <외부적 요인>은 의도적(?)으로 잘 다루고 있지 않아. 왜냐면, 우리 근대사가 일본의 침략적 행동 때문에 시작되었는데, 그게 근대화와 문명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들춰내기엔 일본의 얄미운 발언(?)들이 좀 거슬리거든? 일본이 강제 점령한 긴긴~ 세월 동안 일본이 우리 역사를 바라보았던 관점을 한번 소설처럼 쭈욱~ 나열해 볼까?
조선애들이 무슨 단군이니 뭐니 시조를 말하는데, 호랑이랑 곰이 달래먹고 놀다가 인간이랑 결혼하는 게 말이 되냐? 일단 그건 뻥이니깐 패스~ 그러다 보면 결국 조선에서 말하는 조상신이니, 뭔 신이니 하는 건 다 일본 황국의 신을 베낀거 아냐? 결국 한반도 고대사에는 금속 시대도 없고, 석기시대, 신화시대만 있었던 거잖아? 뭐, 청동기도 없었고, 철기는 중국애들이 전파해 준거고... 한반도 남부는 우리 히미코(신공황후) 여제가 임나일본부 세워서 문명 전파좀 해주다가 발전한거구..
<단군이 뻥이면 이 인간은 어찌 되는 건가? 일본 극장 24부작 상영남인데... >
결국 한반도는 중국, 위만, 한사군, 일본 같은 외세 세력이 다 먹여 살린 거잖아? 결국 조선애들은 여진족한테 휘둘려, 거란한테 휘둘려, 몽골한테 굽신거려... 결국 얘들은 한반도에 갖혀서 역사의 주체로 나선 적이 한번도 없어. 결국 종주국인 중국을 모방만 하다가 발전도 못하고 당파싸움만 하던 애들이잖아.
그러니깐 우리 일본이 얼마나 고마워? 중세 수준의 한반도를 근대화시켜줬지. 철도 깔아주고, 문명 전파해줬지. 일본의 지배가 한반도의 복이야.. 복받은 거지 암....
바로 이런 거다. 에도황국기원설, 일선동조론, 임나일본부설, 단군허구설, 만선사관, 반도사관, 사대주의국가론, 당파싸움론, 한반도 타율성론, 정체성론 등등 외우기도 지치게 이것절것 나열하는 일본 때문에 우리가 근대화의 <외부적 요인>을 말하기 껄끄러워 하는 거지.
일본이 워낙 헛소리를 나열해 두다 보니, 우리 교과서는 우리 근대사의 <내재적 요인>만 열심히 부르짖는거야.
일본 니들이 없었어도 우린 근대화 잘했고, 잘먹고 잘 살았을 건데, 니들이 와서 재 뿌린 거거든? 우리도 나름대로 조선 후기 실학 사상이 있었고, 외국이랑 교류도 했었고... 암튼, 일본 니들이 빼았아간걸 생각해볼래?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내재적 요인>을 교과서에 폭발적으로 나열해놓고, 밑줄 쫙쫙 친 뒤 열심히 외워서 지금까지도 수능 기출 1순위~ 용꼬리 용용~ 돼지꼬리 땡땡~ 투스타 레이스~~ 하면서 별표를 2개, 3개 마구마구 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재적 발전론>은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여기서는 일단, 잘 다루지 않고, 껄끄러운 근대화의 <외재적 요인>을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자. 외재적 요인을 이야기하려면 중국, 일본과 관련된 19세기 침략이야기까지 두루 나열해야 할 것 같아. <내재적 발전론>은 다음 장부터 시리즈로 쭈욱~ 고고~~
2. 첫 번째 <제국주의>가 배달되었어요 : 로드 암허스트호
지난 시간에 <제국주의>가 뭔지 자세히 이야기했었지? 자, 오늘 이야기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동아시아에 와서 무슨 짓거리를 했고,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는 거야. 그럼 시작해 볼까?
니들은 신을 믿니? 내가 믿는 신은 말이야... 아프리카라는 땅을 온통 영국의 색으로 칠해도 된다고 인정한 신이야. 우리 영국이 믿는 하나님은, 영국인들을 위해 아프리카에 물건도 팔고, 돈도 벌 수 있게 인정해 주셨거든? 문제는 같은 신을 믿는 자들이 서로 땅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는 거야. 결국 모두가 자신들의 지도를 색칠하기 위해 제국주의자가 되는 거지...
뭐, <세실로즈>라는 영국산 케이프타운 총독이 위와 같은 말을 나불거렸단다. 건방진 말 같지만, 이것이 바로 19세기 현실이었지. 제국주의 국가들은, 더 많은 영토와 자원을 차지하고, 더 많은 제품을 팔아서 온 지구를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 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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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존 로스>
이 아저씨는 유명한 사람이야. 원래 남아공에서 다이아몬드 캐던 사람인데, 사업 수완이 뛰어났지. 영국을 위해 사업서를 내고 광산을 독점해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어. 그 후 케이트타운 식민지 정치를 좌지우지 하면서, 수상에 올랐고, 아프리카의 실세가 되었지. 영국이 전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믿은 아저씨였어. 하지만, 보어전쟁이 일어나자 수습하려고 뛰어다니다가 건강이 악화되서 전쟁 중에 죽고 말았어. |
자, 그럼 동아시아에는 영국같은 제국주의 국가들이 어떤 꼼수로 접근하기 시작했을까?
기분 나쁜 이야기 같지만, 서구, 북미 열강들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고 싶은 나라 1순위는 <중국>이었어. 자원 많지, 인구 많지, 땅떵어리는 크지.... 뭐, 중국이랑 비교해보면, 조선이나 일본은 어따 써먹어? ㅋ
그리고, 유럽 애들도 19세기 중반까지, 아시아 끝에 있는 국가들을 일일이 신경쓸 처지도 못되었지. 뭐 굳이 이유를 나열하자면 이런 거야.
프랑스 : 저기, 루이 나폴레옹 때문에 재정 파탄 났구요. 겨우 7월 혁명으로 시민의 왕이라고 뽑아놓은 자식이 우리 상인들 선거권 안준다고 하네요. 우리 배 운전 안해유... 파업이랑께요.
독일 : 우리는 빈체제인가 뭣인가 그거 끝까지 사수하다가 혁명나고 뭐하고... 오스트리아랑 세트로 정신없거든? 19세기 중반부터 아시아 진출하려고 하긴 하는데, 될랑가 모르겠네. 또 뭔넘의 노동자들은 파업이 이렇게 많아? 사회주의자들 언제 청소한다냐...
미국 : 우린 카우보이들이 총들고 서쪽으로 뛰어다니기 바빠요. 요새 노예들도 말을 안들어서 조만간 남북전쟁이 터질거라고 하던데... 우리도 좀 여기저기 수습되면 그 때 진출할께요.
러시아 : 말도 마세요. 땅떵어리가 얼마나 큰지, 여기 저기 남하 정책을 다 해야 되는데... 유럽에 가면 영국애들이 시비걸지, 중국이랑도 청나라 때 국경 조약 맺어놓은게 있어서 당분간은 직접 부수러 가진 못하고, 때를 봐야죠.
이탈리아 : 저기... 통일한지 얼마 안되서 멀리는 못가요... 당분간 아프리카에서 놀아야 될 것 같거든요?
19세기 중반에, 유럽애들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영국>을 제외하고는 좀 몸을 사리는 편이었거든. 그래서인지, 19세기 초반에 동아시아까지 와서 시비를 걸었던 나라는 영국 정도밖에 없었어. 그럼, 영국이 뭔 짓을 하고 다녔는지 살펴볼까나?
영국은 인도쪽을 점령한 뒤에 동아시아의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었지. 그리고, <1+1 행사>를 하듯이 덤으로 조선에도 와서 <장사하자!>라고 한번 외치기 시작하는 거야. 그게 바로 1832년 <암허스트호의 통상요구>였지.
<로드 암허스트호>는 조선과 1:1 조약을 맺기 위한 목적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였지. 말했잖아? <1+1 행사>에 걸리면 좋을 거 같아서 왔다고... 원래 동인도 회사의 상선이었는데, 동쪽에는 뭐가 있을까 하고 탐사를 한번 해본거지. 그래서 목적지를 중국에서 시작해 대만, 일본, 조선으로 잡아본거야.
<다른 지역이 너무 쉽다보니... 그 때는 조선도 너무 만만했니... 나중에 큰 코 다치지만...>
근데, 이넘의 배가 뭘 알고나 온건지... 하필이면 충청도에 있는 고대도 뒷바다에 정박했지 뭐야. 간신히, 조선 국왕에게 편지를 전달해서 <통상 조약>을 맺자고는 했는데, 당시 세도정치를 하던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한마디를 했지.
미안한데, 중국 황제 허락 없이는 외국과 장사할 수 없거든요... 저기 편지랑 선물 다시 가져가세요~~~
뭐, 그랬답니다. 즉, 서양 국가들은 우리와 1:1의 동등한 관계에서 무역을 하지고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아직 중국과의 조공관계를 국제질서의 핵심으로 이해했던거야. 19세기 중반까지, 우리는 영국의 통상체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은 우리를 중국의 부속품 국가쯤으로 여겨 무역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었지.
그리고 나서, 30년 넘게 당분간 서양의 통상 압력은 없었어... 어떤 나라가 커다란 중국 놔두고 조선에 신경쓰겠어?
자, 그럼 유럽애들이 본격적으로 동아시아에 어떻게 접근했는지 다음 이야기에서 구체적으로 진행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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