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보는 한국사 (2)
우리 고대 역사에서도 화폐가 존재했을까?
1. 고조선에서 화폐를 사용했을까? 이제, 우리 역사에서 사용한 화폐들을 한번 짚어볼께요.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돈>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문헌은, 한서지리지에 나오는 <고조선의 8개조 법>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연 고조선 시대에 화폐를 사용했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교과서에서는, 고조선 시대의 화폐 주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폐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부족하고, 화폐를 만드는 틀(거푸집)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폐를 주조해서 사용했건, 중국의 화폐를 사용했던지 간에, 고조선의 <8조법>에는 <50만전>이라는 화폐단위가 나오기 때문에, 일단 고조선에서 화폐를 사용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또, 한치윤의 해동역사에 철전인 <자모전>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여기에 대한 해석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답니다. <자, 모>란, 글자체계에서 말하는 자음과 모음을 말할 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이라는 위계질서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조선에서 만든 우리 화폐와 우리 글자체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반면, <자모>라는 것이 일반적인 한자의 번역이라면, 명도전같은 중국 돈은 청동식 자모전, 철기시대의 돈은 철기식 자모전 등으로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돈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혹은, 자전, 모전과 같은 소액 화폐들과, 기타 돈들을 묶어서 자모전이라고 불렀다고 보기도 합니다. 뭐, 기록이 없으니 가설이 몇백개가 있어도 증명은 안되겠죠. 결국 결론없이 넘어갑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명도전>에 대한 해석 문제입니다. 명도전은 일반적으로 중국 돈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유물이 발견되는 지역은 고조선, 고구려의 영역이 많다는 점에서, 고조선의 화폐로 봐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제도전이나, 조도전 등은 제나라, 조나라 등 국가의 명칭을 사용했지만, 연나라는 연도전과 달리, 명도전이 또 존재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는 것이죠. 최근, 명도전의 가치를 다시 조명한다거나,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강역을 다시 생각해보는 연구는,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집권당인 한나라당에서, 역사왜곡에 대항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동북아 역사재단에 대한 지원 비용을 20% 삭감하고, 동북공정에 대한 관심에서 빠이빠이~ 하고 있다는 것 입니다. 뭐, 한나라당 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인들의 인식이 거의 비슷비슷하다는게 더 큰 문제죠.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한 비용을 4대강 사업에 투자하고, 한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 우린, 아니 중국과 일본 사람들은 참 행복하답니다. ㅋ 반면, <도전>은 다른 화폐와 달리, 국가 권력이 직접 개입해서 권력을 상징하는 상징물(칼) 모양으로 만든 화폐이기 때문에, 중국 화폐가 확실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아직 알수 없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합시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여줄 자료가 너무 없네요. 우리 스스로 만들어 사용한 화폐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앞에서 보여드린 자료에 몇 가지를 더해 보여 드립니다. 이 중국 화폐들은 고조선과 고구려에서도 충분히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화폐들입니다. 고조선은, 위만 조선으로 들어오면서 남방의 진국과 중국 한나라 사이에서 중계 무역을 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무역을 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중국의 화폐를 사용했겠죠. 다음은, 당시 중국의 진나라, 한나라에서 사용했던 화폐를 만드는 틀입니다. 이런 틀이 팍팍 나와준다면, 고조선에서도 화폐를 주조했다는 증거가 되겠죠? 실제, 내몽골 자치구 지방에서 이런 화폐 주조 틀들이 나오긴 하지만, 고조선에서 화폐를 주조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는 않는답니다. 아마, 고조선도 화폐 주조를 했겠지만, 유물은 발굴되지 않았다... 정도의 가설 수준이죠. 2. 삼국시대, 남북국시대에도 화폐를 사용했을까? 삼국시대에, 국가가 공식으로 주조한 뒤 유통시킨 화폐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단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와 같은 기록으로 미루어 곡물이나 직물이 <유사한 화폐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또, <변한> 지역에서 철이 많이 생산된다는 역사 기록이나, 금, 은, 옥과 같은 것들을 보물로 여겼다는 것으로 미루어, 이러한 광물들이 화폐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삼한 시대에, 무덤 밑에서 일정한 규격을 갖춘 철조각(철정 : 鐵鋌)이 발견되는데, 철이 많은 지역에서는 철을 가지고, 무기, 농기구, 화폐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의 동북공정과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연구를 하던 중, 발해의 화폐가 발굴되었고, 진품인지 규명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화폐가 진품이라는 증거를 밝히는 작업이 쉽지 않을 뿐더러, 진품이 아니라는 증거를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랍니다. 발해에 대한 역사서는 물론, 유물이나 유적조차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은 발해이기에, 왕계표를 만드는 작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제, 백날 이야기 해도,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고대 화폐 이야기는 이 쯤에서 접고, 다음 장에서는 고려시대부터 실제 사용된 화폐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화폐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시작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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