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회 설립 취지문
러.일전쟁의 포성이 아직 그치지 않고, 마관(馬關)조약의 먹물이 아직 마르기 전에 외교권이 하루아침에 동쪽으로 넘어가고 정부의 차석(次席)에는 외국이 나란히 앉아서 군경과 법도를 낱낱이 인계하고 광산과 삼림과 토지를 마디마디 할양하여 빼앗기고 있다. 슬프다, 동포여! 아는가 모르는가. 꿈을 깨였는가. 수 평의 초가집도 나의 집이 아니며, 수 무의 산소도 나의 땅이 아니며, 문전의 뽕나무와 석류도 나의 초목이 아니며, 동구 밖의 시냇물도 나의 물이 아니다. 오호라! 이 나라는 내 나라인데 내가 죽고자 하면 이 나라를 어디다 버려두며, 내가 숨고자 할진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어찌 일시적 비분으로써 분연히 자결을 기도하며, 또한 염세적 비판으로써 호연 은거함으로 돌아갈 바이랴. 신민회는 무엇을 위하여 일어남이요? 민습의 완고 부패에 신사상이 시급하며, 민습의 우미에 신교육이 시급하며, 열심의 냉각에 신제창이 시급하며, 원기의 쇠퇴에 신수양이 시급하며, 도덕의 타락에 신윤리가 시급하며, 문화의 쇠퇴에 신학술이 시급하며, 실업의 조췌에 신모범이 시급하며, 정치의 부패에 신개혁이 시급이라. 천만 가지 일에 신(新)을 기다리지 않는 바 없도다. 무릇 우리 대한인은 내외를 막론하고 통일연합으로써 그 진로를 정하고 독립자유로써 그 목적을 세움이니, 이것이 신민회가 원하는 바이며 신민회가 품어 생각하는 소이이니, 간단히 말하면 오직 신정신을 불러 깨우쳐서 신단체를 조직한 후에 신국을 건설할 뿐이다. 우리가 백성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대한을 사랑하며, 우리가 백성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 대한을 보호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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