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김현과 호랑이 사료
신라 풍속에 해마다 2월이면 8일부터 보름까지 도성의 남녀들이 흥륜사의 전탑을 도는 복회(福會)를 행했다. 원성왕 때, 김현(金現)이라는 총각이, 밤 깊도록 혼자 탑돌이를 하는데, 한 처녀가 염불을 하면서 그의 뒤를 따라 서로 눈이 맞아 탑돌이를 마치고 정을 통했다. 처녀가 돌아가려 하자 김현이 한사코 따라 나서 산기슭의 초가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처녀가 할머니에게 사실대로 말하자 형제들이 해칠지 모른다고 숨도록 하였다. 잠시 후, 세 마리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 냄새가 난다며 입맛을 다시는데, 할미 와 처녀가 헛소리를 한다고 꾸짖었다. 이 때, 하늘에서 "너희들이 많은 목숨을 즐겨 해쳤으니, 한 놈을 죽여 벌을 주리라."하는 소리가 들려와 두려움에 떠는데, 처녀가 오빠 호랑이들이 멀리 피신해 반성한다 면 자기가 대신 벌을 받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김현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다음, "우리는 부부의 의를 맺은 것이나 같으니까, 하늘의 벌을 받는다면 차라리 낭군의 칼에 죽어서 그 은혜를 갚겠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내일 시장에 들어가 사람을 마구 해치면, 대왕이 높은 벼슬을 내걸고 잡게 할 테니까 성북쪽에 있는 숲으로 쫓아오라 한다. 김현이 아내의 죽음을 팔아서 벼슬을 바랄 수는 없다고 했지만, 처녀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으며, 자기를 위해 절을 세우고, 불경을 읽어주기만 한다고 하여 하는 수 없이 울면서 헤어졌다. 이튿날 처녀의 말대로 호랑이가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데, 당할 자가 없어, 원성왕이 호랑이를 잡는 자에게 2급의 벼슬을 내걸자, 김현이 자청하고 칼을 지니고 숲으로 갔다. 호랑이가 처녀가 변해 반가이 맞으며, "제 발톱에 다친 사람들은 흥륜사의 장을 바르고, 그 절의 나팔 소리를 들려 주면 나을 것입니다."하고는 현의 칼을 잡고서 스스로 목을 찌르자 호랑이가 도었다. 현이 숲에서 나와 호랑이를 잡았다고 하고, 다친 사람들은 처녀의 말대로 했더니 모두 나았다. 현은 벼슬길에 오른 뒤에 서천 가에다 절을 세워 호원사(虎願寺)라 하고, 불경을 강해 처녀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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