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보의 맹휴 관련 <학부형 제씨에게 보내는 글>
학부형 제씨여! 우리들의 요구는 결코 무리가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맹휴는 결코 틀림이 없는 행동입니다. 왜냐하면 금번 우리들의 맹휴는 연내광부고보 노예교육제도의 철제하에서 극도의 유린을 당하고 위선과 기만에 속아오던 3백 노예의 최후비명의 절규이기 때문입니다. 보십시오. 학교당국자들은 6회나 거액의 교우회비를 강취하여 그 대부분을 체육운동(특히 경기)에 소비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체육 그것도 우리들을 위하여서라고 한다면 재언할 필요도 없으나 그 내면에 있어서는 우리들의 참다운 정신을 박탈하고 속히 부패한 고기덩어리만을 제조하려는 가공한 정책입니다. 그리하여 소위 학교 도서실에서는 진부한 서적과 체육에 관한 서적만이 있고 그 외 조선말로 된 신문 잡지는 한 장도 없고 일본문, 영문 서적도 우리들의 상식을 제공할 만한 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다 학생들의 희망한 서적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있어서 우리들의 요구에 제1은 '교육의 획득 문제'가 절대로 필요합니다(학교장에게 낸 진정서 제1조를 말한 것임. 이하 2조, 3조도 위와 같음). 그 다음 제2는 학교당국 교육방침 문제의 개선, 제3은 한국인 교육문제 개선 등입니다. 어느 한 가지라도 우리에게 대하여 적절치 않는 것이 있습니까? 지면의 관계로 일일이 검토할 수는 없으나 그 곡절곡절에는 적어도 우리들의 생명을 도박하면서라도 최후까지 투쟁할 문제라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순조롭게 진전되지 않을 때에는 절대적으로 폐교의 불가피성을 파악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27명의 퇴학자는 물론 374명 아니 우리 일동의 퇴학은 역연히 있을 것이 사실이므로 퇴학에 대한 전율 공포의 관념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우리들의 목적을 달성할 최후까지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법정적으로 투쟁할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학부형 제씨여! 학교당국의 배후에는 도당국 경찰당국 등의 소위 절대적 세력이 있습니다. 학부형 제씨여! 우리들의 민족적 파멸의 경향이 있음을 보고 피를 토하고 통곡하며 공포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의 무엇 때문에 맹휴를 단행하였겠습니까? 다만 유희적으로 공부를 싫어하고 시험을 싫어하여 이를 단행하였다고 평정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공부와 시험을 두려워하여 퇴학을 각오한다는 말입니까? '27명의 퇴학이 통쾌하다' 혹은 학교당국과 경찰당국에 우리들의 내정을 밀고하여 맹휴에 대한 전사의 이름을 밀탐 고발한다는 등 소문이 들려옵니다. 오호! 제씨여, 제씨는 무엇 때문에 우후(소의 궁둥이. 권세가의 졸개-편주) 되기를 자감합니까? 한 번 고려하여보십시오. 어떤자는 고통과 낙망을 좋아하고 어떤 부형은 자제를 사랑할 줄 모른답니까? 우리들 학생은 노예적 기만교육의 철감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목적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희망도 다 폐리와 같이 봅니다. 그런데 우리의 4백 건아의 머리를 베고 자기 자식만을 행복스럽게 하려 합니까? 우리 일동을 상대하고 투쟁하여 미래에 유명한 위인이 되며 호화스러운 행복을 보지하십시오. 멸망의 길로 향하고 있는 우리 민족을 팔고 저놈들이 더욱더욱 빼앗고 있는 우리 강산을 팔아서라도 자기 한 사람만의 향락을 영구히 지속하려 합니다. 부형 제씨여! 냉정히 고려하여보십시오. 이것이 모두 공중누각입니다. 그 누각이 설령 건설할 수 있다 할지라도 인간적 양심이 다소라도 있다고 하면 이러한 일은 아니될 것입니다. 사실로 말하면 여러 사람이 반대하는 교육기관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제씨여! 우리들 4천여 년이라는 긴 동안의 역사적 계통의 혈관에는 동일한 피가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피를 동일한 통에 걸러 넣는다면 필연적으로 동화하여 합칠 것입니다. 부형 제씨여! 자기 자제 한 개인을 위하여 학교당국에 익익 예속한다는 것보다도 차라리 우리들의 전체를 위하여 분투하여주십시오. 이것이 정당한 길일 것이며 문제를 속히 해결시키는 유일한 방침입니다. 지금 서약서를 제출한다 할지라도 일 개인이 통학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결국에는 문제가 순조로이 해결된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불가피의 위험이 육박될 것입니다. 부형 제씨여! 좀더 타산적으로 비판 결정하십시오. 지금부터는 우리들도 각각 그 개성을 4백의 맹휴단에 의탁하고 결정적으로 항쟁하려 합니다. 제씨여! 부자 형제 전력 결심하여 문제 해결에 노력해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보십시오. 학교측의 폭행은 더욱더욱 악화되어가는 형편으로서 어떤 학부형에게 대한 무리, 1년생에게 대한 무조건 구타, 맹휴생에 대한 폭압 등 현단계에 있어서 분기피 않는 자는 피 없는 인간이요, 눈물 없는 인간입니다. 부형 제씨여! 우리들은 혈통적으로 부자 형제는 아닐지라도 민족의 계통적 부자 형제임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조선 건설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는 미약한 우리들을 지도, 후원하여 용기를 돋아주셔서 일치협력으로 문제의 해결에 노력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광주고보맹휴 중앙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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