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서기론 : 고종의 주장
왕이 말하였다. <우리나라는 바다의 한쪽 구석에 처하여 다른나라와 교섭해보지 않은 관계로, 견문이 넓지 못하고 고스란히 제 지조나 지키면서 500년을 내려왔다. 최근에 천하 대세는 옛날과 아주 다르다. 유럽과 아메리카 여러 나라들, 곧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은 정밀한 기계를 제조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해 세계 수많은 나라들과 조약을 맺어, 병력으로 서로 대치하고 국제공법으로 서로 대치하기를 마치 춘추 열국 시대와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홀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는 중국도 오히려 평등한 처지에서 서로 조약을 맺으며, 서양을 엄하게 배척하는 일본도 결국 서로 선린 관계를 맺고 통상을 하니 어찌 까닭없이 그렇게 하겠는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논의를 벌이는 사람들은 또한 서양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이루는 것을 가지고 장차 예수교에 물들 것이라 여긴다. 이것은 물론 유교와 세상 교화를 위해서 매우 걱정스런 일이다. 그러나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은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고 종교를 막는 일은 원래 종교를 막는 문제이며, 조약을 맺고 통상하는 것은 만국공법에 근거하고 있을 뿐이다. 설사 어리석은 사람들이 몰래 배운다 하더라도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는 이상 처단하고 용서하지 않는데, 무슨 걱정이란 말인가? 숭상하고 물리치는 데는 딴 재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를 배척하고 도구와 기물을 본받는 것은 원래 병행하여도 사리에 어그러지지 않는다. 더구나 강하고 약한 형세가 두르러진 조건에서 그들의 도구와 기물을 본받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그들의 침략을 막아내며 그들이 념겨다보는 것을 막겠는가. 참으로 안으로는 정사와 교화를 잘하며 밖으로는 이웃 나라와 좋은 관계를 가지고 우리나라 예의를 지키면서 각 나라와 대등하게 부강한 나라로 발전시켜 일반 백성들과 함께 태평세월을 누린다면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 고종실록, 고종 19년 8월 5일 - |
참고글 : 동도서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동도서기란, 강화도 조약 이후 서양의 열강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 우리의 도덕, 윤리는 그대로 유지하되, 서양의 기술, 기계만 받아들여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것입니다. 즉, 동양 유교이념인 도, 서양의 기술인 기를 합하여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동도서기론은 1881년 곽기락의 상소에서 출발압니다. 곽기락은 서양의 기계, 농업, 임업에 관한 책 중 이로운 것들을 받아들에 가려 쓰자고 하였습니다. 서양 사람이 싫은 것이지, 좋은 기술 자제도 싫은 것은 아니라는 논리이지요.
이러한 동도서기론을 조선에서는 개화 정책에 반영합니다. 위의 글은 고종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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