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이야기 22> 일본의 근대화 1 - 에도막부의 중농주의와 계급분화
1. 에도막부가 흔들리기 시작하다. 오늘부터는 일본 근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일본 근대사하면 생각나는 것은? 당연히 <메이지 유신>이겠죠? 그럼, 오늘부터는 <메이지 유신>을 키워드로 삼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난 배경과 내용, 그리고 메이지 유신이 일본 역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펴보아야겠네요. 그럼 한번 출발해 봅시다... 고고~~ 지난 장까지 에도 막부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죠. 그런데, 에도 막부를 다룰 때 아주 중요한 키워드를 <막부의 경제정책>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일본과 동아시아의 17-18세기는 <상품화폐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중국과 조선, 일본에서는 새로운 농법이 계속 개발되면서 상업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죠. 당시 동아시아 각 국가에는 부유한 농민, 부유한 상인, 상품경제 발달과 화폐유통의 증가라는 수식어가 공통적으로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동아시아 3국은 전통적으로 농업경제를 우선시하였고, 당시 3국은 공통적으로 <성리학이 관학화>된 사회였습니다. 성리학에서는 농업을 제 1의 근본산업으로, 상업은 농업을 보조하는 보조산업으로 인식하였죠. 성리학에서는 토지를 바탕으로 한 신분제도와 차별적인 윤리의식을 강조했으니까요. 일본 역시 그랬습니다. 에도 막부는 쇄국정책으로 서양과의 교역을 막는 입장이었고, 성장하는 상업자본은 농촌 자본으로 돌리던가, 막부의 재정으로 돌리려는 극단적인 방책을 사용하여 <사회제도와 신분제도>를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상품 화폐 경제의 발전은 시대의 흐름이었습니다. 막부는 이 상품 화폐 경제로 인한 이득을 <세금>으로 환원하는 정책을 사용하였습니다. 상업자본은 성장하면서도, 그 이윤의 전부를 재투자할 수 없었고, 자본이 없으면서 세금이 늘어난 하층 무사들은 빈곤함으로 힘겨워하였습니다. 일본은 18세기가 지나가면서 사회분화가 심해져갑니다. 부자농민들(호농, 부농)은 상품작물을 재배하면서 막부가 원하는 세금을 낼 수 있었고, 남은 자본으로 수공업에 뛰어들어 대기업을 이루게 됩니다. 상업자본으로 성장한 부유상인들은 전국적인 상업망을 이용하여 장시를 활성화하였고, 도시 중심의 상업문화(죠닌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자본이 없는 자들은 한없이 추락하게 됩니다. 막부가 원하는 세금을 낼 수 없는 가난한 농민들은 소작농이 되거나, 공장 노동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조선의 18세기 몰락한 양반들이 상민들에게 천대받는 시기가 있었던 것처럼, 일본의 몰락한 무사들은 부유한 상민보다 못한 처지가 됩니다. 하층 무사들과 가난한 농민들은 점차 에도 막부에 질리게 되죠. 그러나, 막부에 대한 불만 세력이 늘어날수록 막부는 더욱 더 많은 세금을 걷어내면서 막부를 유지해나가는 상책도, 중책도 아닌 최하책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었습니다. 막부의 세금은 토지에 집중되었습니다. 18세기 당시 청, 조선, 일본은 모두 세금을 <토지>로 집중시켜가고 있었습니다. 청은 <일조편법과 지정은제>, 조선의 <도결제와 삼정의 문란> 등은 세금을 가장 걷기 편한 <토지>에 때려 버린 제도였죠.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의 세금은 영지세(연공)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세금이 증가할수록 시중의 물가는 뛰었고 백성들의 삶은 더욱 고달펐죠. 물가가 오르면 새로 성장하는 도시상인이나, 부유한 농민들은 시세차를 이용해 더욱 재산을 불렸고, 능력없는 하층민들은 더욱 빈곤해집니다. 더 문제점은, 그나마 성장하는 새로운 농민, 상인들마저 국가가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에게 세금만을 걷어 막부체제를 유지하려고 하였지 이들을 이용하여 <근대화된 일본>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막부에게는 없었으니까요. 2. 일본의 근대화는 <메이지 유신>인가, <죠닌 문화>인가의 논쟁 동아시아 3국의 근대화 논쟁은 각국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동아시아 3국의 근대화가 자생적이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강요된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로, 중국에서는 영국과의 아편전쟁으로 인해서 근대화가 되었는가라는 논쟁이 있습니다. 아편전쟁이 중국의 근대화라면 중국의 근현대사는 유럽에 의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학자들은 명, 청대의 사회경제적 발전에서 근대화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합니다. 조선에서 근대화의 시작은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학자들간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흥선대원군기에 이미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정치적으로 민주주의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어떤 학자들은 실학자들로부터 근대화의 싹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학자들은 실제 근대화의 법령이 반포된 갑오개혁기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학자들은 개화파의 등장이나 갑신정변이 근대화의 계기라고 말합니다. 심지어 개혁군주인 정조 때부터 근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중요한 것은, 근대화라는 개념이 성립되는 조건이 무엇인가라는 점입니다. 근대화라는 것은 최소한 3가지를 인식할 수 있는 시기를 말합니다. 일단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도입된 시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사상>이 도입된 시기를 근대화의 기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 사상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근대화라고 부를 수 있죠. 일본에서의 근대화 논쟁은 크게 두 시기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입니다. 두 시기란, 에도 막부 후기와 메이지 유신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근대화는 메이지 유신에서 찾곤 합니다.(일본 교과서 견해) 일본이 서구 열강들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상을 직접 받아들여 실천한 시기가 메이지 유신기였고, 그것을 법으로 반포한 것도 메이지 유신기입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은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고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본 근대화의 공신은 메이지 유신기의 뛰어난 <몇몇 인물>들의 업적에서 찾곤 합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이 성공한 것은 1854년 미일화친 조약으로 <미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므로, 1854년이 일본 근대화의 기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이죠. 그러나,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에도막부기 지본주의>를 내세우면서 일본 근대화의 흐름을 설명합니다. 이 논리는, 일본의 근대화가 하나의 흐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조선에서도 정조 때부터 이어진 연암 박지원 - 박제가 - 박규수- 김옥균(갑신정변) - 갑오개혁기 개화파 등의 인맥을 따라가면, 근대화의 인맥적, 사상적 발원지를 우리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죠?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에도 막부기에 자본주의 사상을 가진 이들이 있었고, 민주주의적 정신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18세기 상품 화폐 발달과 상인층이 성장하면서 <죠닌 문화>를 이끌어간 중신층들이 그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들은 동업조합과 도시문화를 이끌어 가면서 학교를 세웠고, 사상과 인맥을 계속 유지해 나갔습니다. 대상인들은 서구식 독점 자본주의와 비슷한 상행위를 하였고, 미쓰이 등 재벌이라는 구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쇄국정책 속에서도 네덜란드 등과 교류하여 학문(난학)을 유입하였고, 이 학문을 일본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근대화의 길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을 근대화로 보는 이들은 이 주장의 문제점을 몇가지 지적합니다. 첫째, 상인들이 돈을 벌었지만 에도막부는 과도한 세금을 걷어가 상업자본이 균등하게 성장하지 못하였다는 점. 둘째, 당시 상인들이나 부유한 농민에게 법적으로 사유재산권이 인정된 적도 없고, 그 권리를 유지할 방안도 없었다는 점.(막부가 무력으로 재산을 강탈하면 빼앗기는 시대에 자본주의라 말하기 어렵다는 거죠...) 셋째, 에도 막부의 국가 정책이 상업을 억압하고, 농업을 중시하는 성리학 이념의 중농주의였다는 점 등입니다. 어떤 관점이 맞는 지는 일본 학자들이 알아서 싸우고 결론내리겠죠. 그럼 다음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일본의 근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해보죠. 다음 장의 이야기는 일본의 <통상조약 체결 과정>과 <막부타도운동의 전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ㄱ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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