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모던과 문화 코드 (4)
주몽도 리니지의 캐릭처럼 레벨업을 해야 살아남는다.
1. 사극의 천국을 찾아낸 작가들... 오늘 이야기할 포스트모던의 주제는 TV 사극이다. 자, 그럼 한 번 시작해볼까? 21세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던 카운트 다운이 있기 전까지 우리 나라의 정통 사극들은 신세대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옛날 사극들의 지루함을 한번 볼까? 국왕이 <경들은 어찌 생각하시오?>라고 묻는다. 그러자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신하들이 돌림 노래를 부른다. 영의정 아뢰오... 저는 이렇게 생각하오... 좌의정 아뢰오... 부당하신 말씀이요.... 이조 참판 아뢰오.. 전적으로 동감하오... (대사 무지 많다... 옛날 배우들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5분 동안 이어지는 신하들의 릴레이 토론으로 우리는 역사 교과서 10장 분량의 공부를 끝마친다. 신하들의 위치와 입은 옷의 색깔, 서 있고 앉아 있는 위치(당상관, 당하관인가) 등은 충실한 고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금의 사극은 어떤가? 말로 때우는 순간, 채널 돌아간다. 1회부터 빵빵한 효과음과 함께 자객들의 피튀기는 혈전이 시작되고, 시작과 동시에 주인공(또는 윗세대 주인공)이 죽일 고비를 넘긴다. 극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루어지고, 채널이 돌아갈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한마디로 말해서 재미있고 극적이다. 그럼, 그 대표적인 사극인 주몽을 통해 지금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식 역사물>을 한번 다루어보자. 지난 세기의 역사물들이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에 바탕을 두었다면, 21세기 역사물들은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건들, 또는 자료가 부족하여 알기 힘든 역사적 사건들을 <포스트 모던>으로 다룬다. 그럼,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포스트모던 역사는 어느 분야일까? 당연 고대사이다. 고대사는 알려진 자료가 없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또, 너도 나도 아는 바가 없으므로 <역사 왜곡>이니 뭐니 시비붙을 건수도 적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트집잡힐 이유도 없고, 작가 맘대로 극을 구성할 자유가 넓어지는 것이다. 고대사야말로 <포스트모던의 천국>이라고 할까? 2. 주몽 : 젊은 세대의 감각과 포스트모던의 만남 주몽은 사극이 <포스트모던>으로 구성되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일단 볼까? 주몽이 사극의 주인공이라면 강인하고 멋진 영웅의 캐릭터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등장한 주몽의 모습은? 어리버리한 마마보이었다. 사실, 고대 설화의 주인공들은 현대물에서 요구하는 극적 구조를 모두 갖추고 있다. 영웅은 알에서 태어나거나 하늘의 정기를 받아 태어난 비범한 인물이다. 혹은 하늘의 자손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상에 태어난 영웅들의 어린 시절엔 혹독한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다. 고대 설화의 일반적인 구조는 <영웅의 비범한 탄생 - 어린 시절의 시련 - 시련의 극복 -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국가 건국>으로 이어진다. 주몽뿐만 아니라, 유리, 온조, 김알지 등 모든 영웅들의 성장과정이 그렇다. 심지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 마저도 비범한 모습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면서 진정한 면모를 갖춘 것이라며, 용비어천가에서 극찬하였다. 이렇게 위대한 태생이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고 영웅으로서 면모를 보이는 것은, 모든 문학 작품의 인물이 가진 기-승-전-결의 구조와 비슷하다. 그러나, 고대사의 인물을 인용하여 시련을 극복한 영웅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은 <현대적인 감각>이 뒷받침 되었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사극 주몽의 인물 구성은 고대 설화의 구조에 <온라인 게임의 법칙>을 더한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층에게 가장 친숙하고, 설명하기 쉬운 구조는 <게임 구조>이다. 게임은 복잡한 이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 레벨 1에서 시작하여, 시키는 것만 충실히 수행하면 레벨이 점점 올라간다. 레벨업은 시간의 문제이지, 아이큐의 문제는 아니다. 주몽 역시 이러한 구조에 충실하다. 역사물을 게임의 법칙에 적용하여 <포스트모던>으로 포장했던 것이다. 사조영웅전 등을 저술한 <김용>의 무협지가 그렇듯, 일단 주인공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 아버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영웅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던 인물로 설정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뜻을 계승하여 게임이 설정한 세계관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비리비리한 레벨 1의 주몽은, 대소에게 한방에 맞아 떨어지는 겁쟁이었다. 사극은, 주몽의 첫 전투에서 그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모두들 혀를 차고, 주인공에게서 어떤 가능성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주몽의 레벨이 올라갈 것이란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주몽은 레벨 5짜리 스승에게 검술을 배운다. 조금 수준이 높아지자 염포 정도가 상대해준다. 아버지 해모수를 만난 주몽은 아버지에게 (무슨 장풍같은) 기를 주입받는다. (이 장면은 정말 주몽이 게임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명장면이다. 시청자들은 어리둥절했겠지만...) 만랩 파이터 해모수의 기를 받고, 그에게 기술을 전수받은 주몽은 레벨이 급상승한다. 해모수는 할 일을 끝냈기에 작가가 멋지게 죽여(?)준다. 이제 주몽의 라이벌은 레벨이 비슷한 대소왕자가 된다. 대소 왕자는 주몽을 괴롭히기 위해 여러 가지 미션을 준비한다. 활을 찾으라던가, 소금산을 찾으라던가 하는 게임 미션같은 거 말이다. 그리고 게임과 같은 스테이지가 매회 마련된다. 전통 사극에서 처럼 신하들의 돌림노래는 최대한 자제한다. 주인공은 매회 다른 스테이지를 돌며 미션을 완료하고, 점점 더 강한 경험을 쌓는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와 장비이다. 오이, 마리와 같은 인물은 역사 기록에 나오는 인물이지만, 작가에 의해 최대한 포스트모던하게 구성된다. 주몽의 미션 수행은 이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레벨업을 할수록 강력한 장비가 마련된다. 회가 지날수록 강력한 활이 준비되고, 각종 아이템들이 갖추어진다. 게임 내에 장비 상인이 있다면 주몽에는 모팔모가 있다. 주몽이 최고 레벨을 달성했을 때, 모팔모가 만랩 축하기념으로 하사한 것이 바로 <철갑옷과 철검>이었다. 더 이야기하면 길어지니, 주몽에서 보이는 게임의 법칙은 이 쯤에서 정리하자. 중요한 것은 고대 설화의 서사 구조를 <현대식>으로 해석하여 레벨업을 이룬 강력한 <주몽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역사와 문학, 게임이 접목된 주몽의 환타지 구조는 21세기 역사가 <포스트모던>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산,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 바람의 화원으로 이어지는 사극의 새로운 틀은 <포스트모던 역사>을 넘어서서 <이유없는 포스트모던>으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3. 가장 포스트모던에 걸맞는 사극 <다모> 사실, 가장 포스트모던적인 작품은 <다모>이다. 포스트모던이 <과거인들의 일상 문화> 속으로 파고든다는 관점에서 볼 때, 조선시대 여성 형사라는 비주류의 소재는 안성맞춤이다. 여기서 <다모>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만을 지켜가며 전개된다. 조선시대에도 <여성 칼잡이가 존재했다>는 설정 하나 말이다. 그 외의 구조는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다. 산적 두목과 남매인 다모, 수사를 총괄하는 지휘자와 사랑에 빠진 다모, 임금 앞에서 칼질하는 일개 다모, 역모를 막아내는 다모... 이쯤 되면 다모 하나가 슈퍼맨이다. 이 드라마의 세상은 역사적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모>와 주변인들로 인해 멋대로 돌아간다. 당시 농민들의 삶이 빈곤했고, 역모가 있었고, 산적들이 날뛰고... 등등의 설정은 다모만을 위해 존재한다. 아예 그러한 설정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왕때의 일인지조차 언급하기를 꺼린다. 그 이유는 사극의 존재 이유가 <역사적 교훈>을 주기 위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의 한 시점을 선택한 것이지, <조선시대>라는 상황 자체를 크게 인식하지 않는다. 작가의 상상력을 더 발휘할 수 있다면, 더 옛 시대의 여성을 찾아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대장금>이라는 사극을 한 번 보자. <장금이>가 실제 존재했을까? 장금이의 존재는 중종 실록에 한 줄 나온다. <장금이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구나.>라는 한 줄을 찾아낸 작가는 <장금이>를 만들어내어 50회 분량의 사극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조선 전기의 각종 음식들이 총동원되고, 당대 의학 기술이 전부 장금이의 손에서 재탄생된다. 중요한 점은, 장금이 역시 <문학의 서사 구조>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장금이의 부모 때의 시련 이야기부터 출발한다. 부모가 하지 못한 일을 장금이가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주몽과 같은 남자 영웅이 겪는 시련을 장금이도 겪는다. 라이벌 때문에 고생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여 궁궐에서 나가기도 한다. 장금이 뿐 아니라 당시 궁궐의 여성들이 모두 서로에게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것은 조선이라는 나라의 유교 예법이 그들을 억압하였기 때문이다. 다모와 장금은 사극이라는 시대 상황을 이용하여 여성이라는 억압된 존재에 대해 극대화된 차별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시련을 뛰어넘어 자신의 능력으로 결국 일어서게 된다. 실제 조선의 역사에서 그것이 가능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가 추구한 것은 <과거를 통해 역사적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의 요구사항을 과거에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4.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화원 지금도 수많은 역사물들이 TV를 통해 양산되고 있다. <포스트모던>이란 이름으로 과거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내뿜는 작품들은 <역사는 결코 알려진 지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에 대한 작품들의 인식은 <또 다른 포스트모던>에 의해 규제를 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태왕사신기>에서 발견된다. 일단, 태왕사신기라는 작품 자체는 훌륭하다. 사신도라는 소재에서 출발한 참신한 아이디어, 단군신화와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연결시킨 시도는 상상력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러나, 태왕사신기는 그 이면에 큰 결점이 있었다. 태왕사신기의 큰 <줄거리와 소재>는 모두 만화 <바람의 나라>에서 따온 것이다. 바람의 나라 원작자는 태왕사신기를 법적으로 고발했고, 이것은 재판으로 넘어갔다. 문제점은, 누가 이기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재판에 대한 <재판관>들의 역사 인식이였다. 재판은 태왕사신기 편을 들어주었는데, 그 이유가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신도>는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이고, 누구나 사신도를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수 있단다. 따라서 드라마가 만화 원작과 비슷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표절이 아니라 같은 <소재>을 뿐이라고 말이다. 생각해본다. <5.18>에 대한 영화는 많다. 누구나 <5.18>을 소재로 작품을 쓸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설정과 줄거리 까지 같다면 그것은 문제이지 않을까? 태왕사신기가 <사신도>를 소재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신을 현무, 백호, 청룡, 주작 등 영물로 표현한 뒤 사신간의 관계를 통해 줄거리를 전개해나가는 것은 <작가의 지적 재산>으로 봐야 한다. <실미도>를 드라마로 만든다고, 영화 실미도의 등장 인물과 성격까지 똑같이 만든다면 독창적인 것일까, 표절일까? 포스트모던으로 역사를 표현하는 것은, 기존의 역사에서 찾지 못한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낸 것이다. 역사는 과거이고, 과거의 진리는 모두 똑같기 때문에 역사에 <표절>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은 정당한 것일까? 반면, 바람의 화원은 색다른 논쟁 거리를 던져준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과 더불어 그를 둘러싼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추리 형식으로 풀어간 원작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기초적인 역사 상식조차도 파격적으로 무시해 버린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개 화공이 왕의 초상화를 그려놓고는 그것을 찢어 버린다. 능지처참감이지만, 작가가 아니라고 하니 그렇다고 치자. 화공신분인 김홍도가 왕 앞에 당당히 걸어가 위엄있게 따진다. 경찰신분인 다모의 하지원도 왕 앞에 예고없이 나서려다가 죽기 직전까지 칼부림 난 적이 있다. 근데, 화원 사극 속에 존재하는 근위병들은 임금이랑 안 친한 건지 그냥 두고 본다. 시청자들은 이상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러나, 작가는 설정대로 밀어붙인다. <포스트모던>은 말하려는 역사적 상황을 현실감있게 구성해야 한다. 바람의 화원이 보여주려는 역사의 새로움은 <여장한 신윤복>의 일대기와 미스테리, 그리고 작품세계였을 것이다. 보여주려는 부분과 상관없는 모든 부분을 작가 마음대로 설정한다면, 어느 순간 사극은 산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모던이 역사의 객관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해도, 모든 과거 사실을 다 부정하라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역사에서 의문시 되는 부분을 찾아내고, 그 부분에 대해 질문을 던지라는 것이다. 모든 과거 자체를 버린다면 그것은 <허무주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보자. <이명박 대통령님, 미친소가 싫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미친소>가 수입되서는 안된다는 근거를 1가지 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가 연단에 서서 <미친소 죽어라~>라고 말한다면 그것이 공감가는 행동일까? 난, 촛불시위에서 꼬마들이 연단에 서는 것만큼은 약간 의아해 했다. 마찬가지다. 포스트모던이라는 것도, 역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 기초 지식이 없으면 뭐가 틀린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비판도 할 수 없다. 사극에서 <새롭고 신선한 관점>이 반가운 것은 기존의 이론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원은 그런 부분들을 세세히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점은, 사극에 불필요한 러브 라인의 설정이다. 포스트 모던으로 표현하는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여주기 위한 많은 장치가 필요하다. 시청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극을 표방한 역사물의 핵심 줄거리는 <러스스토리>는 아니다. 사랑은 극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장치을 뿐이다. 주몽에서의 소서노는 주몽의 성공과정과 부족연합정치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다. 다모의 황보관은 다모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존재였다. 태왕사신기의 여인들도 (조금 과도하긴 했지만) 사신의 역할을 위해 필요한 캐릭터들이었다. 장금이를 도운 승지는 장금이를 부각시키는 역할 정도였고, 장금이는 국왕의 총애마저도 일정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바람의 화원은 러브 라인이 모든 줄거리를 감싸안은 느낌이다. 만약, 러브 스토리가 기획의도였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획의도가 남장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아니지 않는가? 스토리의 정확한 느낌이 뭔지 애매하기 때문에 사랑이야기가 강조된다면 사극으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들은 특이히다. 온에어는 방송국 사랑이야기, 호텔리어는 호텔에서 사랑이야기... 더구나 대부분의 드라마는 대놓고 사랑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사극마저 한복입고 하는 사랑이야기로 만들면 곤란하지 않을까? 사랑이야기는 충분히 많고 많다. 5. 포스트모던 사극의 한계 : 시청자층의 문제 포스트모던으로 써나가는 사극의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다. 단군신화와 고구려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주몽이나 태왕사신기를 보면서 사극의 줄거리와 자신이 알고 있는 줄거리를 잘 연결시켜 이해할 것이다. 실제 역사를 영상 매체로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에 감탄할 수도 있고, 흥미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나 일부 사람들은 포스트모던으로 보는 역사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주몽을 레벨업을 통해 키우는 게임 캐릭터로 육성할 수는 없지 않는가? 또 하나,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현대사에 대한 포스트모던 사극 부분이다. 고대사는 자료가 부족하고, 상상력을 펼칠 공간이 넓어서 작가의 재량이 마음껏 발휘된다. 그러나, 현대극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사는 가장 자료가 많으며, 관련 인물들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역사이다. 만약, 제 5 공화국을 사극으로 만든다고 하자. 뉴라이트에서 이승만과 박정회를 찬양하고, 4.19는 데모라는 관점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다. 이것을 과연 포스트모던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현대사는 포스트모던으로 구성하기에 너무 큰 숙제들이 많다. 역사를 벗어난 정치적 의도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문제점은, 제작자와 작가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것들이다. 최근 드라마는 방송국이 방영하되, 외주 제작사에서 기획한다. 제작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지, 역사 연구를 하는 곳이 아니다. 따라서 최대한 재미를 추구하고, 시청률을 위해 역사적 사건들을 이용하게 된다. 즉, 사극이면서도 작품의 의도는 사극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왕과 나>였다. 조선시대 전무후무한 내시 김처선의 일대기를 다룬 신선한 작품임에도, 후반기의 <왕과 나>는 줄거리가 산으로 가 버렸다. 작가는 쪽대본을 날릴 정도로 정신없었고, 배우의 남편은 불만이 폭발해 스텝을 폭행할 정도였다. 작품의 흐름은 끊겼고, 시간에 맞춰 땜빵한 줄거리라는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중간에 시청을 끊어 버릴 정도로, 너무나 아쉬운 작품이었다. 오늘은 사극을 소재로 해서 포스트모던 역사가 문화로 재탄생 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보았다. 아쉬운 점은, 드라마 이야기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드라마가 지닌 포스트모던 역사의 장단점과 활용도를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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