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교부의 투쟁 : 고백록
354년. 11월 13일.
성 아우구스티누스 |
기독교 교부 가운데 최고의 사상가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어. 그의 이름은 <아우구스티누스>. 교부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지. 오늘은 너무나 유명한 이 사람을 주물럭 거리면서 고대라 불리던 서양 사회가 <기독교 사회>라고 불리는 시기로 넘어가는 이야기를 전개할거야.
사실, 그는 앞장에 이야기했던 <테오>만큼 종교가 절박하게 필요한 사람은 아니였어. 그렇다고, <갈라>처럼 기독교를 수호해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도 아니였고, <히파티아>처럼 학문적 신념이 견고한 사람도 아니였지. 그런 그가 왜 기독교 철학을 집대성한 최고의 성인이 되었을까?
그의 인생과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스스로 인생을 돌아보면서 적은 <고백록>을 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밖에 없어. |
성 아우구스티누스 교회 |
<고백록>은 그의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거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5세기 이후 기독교 사회가 그의 <논리적인 사상> 뿐 아니라, <허무맹랑한 주장>까지도 다 수용했기 때문에, 더욱 더 그의 마음을 자세히 읽을 수밖에 없지.
그런데 말야. 그를 보통 <교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부르잖아? 그럼 먼저 <교부>가 뭔지부터 알아야겠지? <교부>는 <테오시대>를 살면서 국교화된 기독교 사회를 수호하기 위해 이교도와 싸운 사람들을 말해. 근데, 교부들이 주장하는 <이교도>란 <주신>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만을 지칭하는 게 아냐. <테오>가 종교를 통해서 로마 사회를 통일하려고 했고, 이민족을 융합하려고 했잖아? |
교부들은, 테오가 주장한 것과 그 이후 로마 황제들이 주장했던 <정통적인 기독교> 교리를 만든 사람들이야. 따라서, 자신들과 다른 기독교 교리를 주장하는 자들을 배척하고, 이단으로 만들었던 자들이지. <테오>시대에 수많은 기독교 수호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나름대로 하나님을, 예수님을 정의내리려고 했어. 교부들은 그 수많은 기독교 수호자들과의 논쟁을 승리하면서 이후 기독교 철학을 정립한 사람들이야. 교부들과의 논쟁에서 져 버린 기독교 주교들은 이단으로 분류되어 유럽사회에서 떠나야만 했지.
자, 그럼 기독교 최고의 교부 이야기를 통해, 로마 사회에서 게르만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한번 살펴보도록 할까?
2. 신학적 사고보다 철학적 사고를 중시했던 아이.
354년의 아프리카. 로마보다도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이집트 문명을 접하면서, 지중해의 상권을 장악했던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는 로마라는 나라가 제국으로 발전하면서 로마의 속주가 되었어. 한니발 장군 이야기 알지? 코끼리떼를 몰고 알프스 산맥을 삥 돌아 로마를 공격했던 카르타고의 명장 말야. 카르타고는 로마 제국과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치룬 끝에 로마의 속주가 되었지.
속주란, 로마의 직할 지배 지역이 아닌 식민지를 말해. 로마의 속주 중 유럽을 벗어난 지역엔 아주 큰 속주가 2개 있었지. 로마는 지중해 남쪽 카르타고를 무찌르면서 <아프리카>라는 이름의 속주를 만들었고, 페르시아를 무찌르면서 <아시아>라는 이름의 속주를 만들었지.
4세기... 로마의 속주인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지방. 당시에는 그곳을 <누미다아>라고 불렀지. 그곳에 <히포레기우스>라는 항구가 있었어. 아우구스티누스는 그 근처의 <타가스테>라는 곳에서 태어났지.
<아우구스>의 아버지 <파트리키우스>는 로마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세금징수관이었어.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로마제국의 명령에 따라 <크리스트교>를 보급하려는 자들과, <이단교>를 믿는 자들이 있었는데, <아우구스>의 아버지는 <마니교>를 신봉하고 있었지. 반면, <아우구스>의 어머니 <모니카>는 너무나 열정적이고 경건한 <크리스트교 신자>였어. 훗날, 기독교에서 <삼현모>라고 부를 정도의 독실한 분이었지.
그런데 말야. 4세기의 카르타고는 분위기가 참 애매한 곳이었어. 로마의 속주였으니 기독교 사상이 들어왔을테고, 아프리카 특유의 전통 사상과 이교사상도 혼합되어 있었지. 지중해의 해상국가이니 무역에 눈을 뜬 현실적인 상인도 있었고, 로마를 위해 충성하는 관료들도 존재했지. 카르타고는 로마로 가는 교통의 요지이자 아프리카의 토속 물질문명, 상업적인 오락시설들이 섞여있는 문명의 집합소같은 곳이었지.
<아우구스>의 아버지는 아들을 <공무원>으로 만들고 싶어했어. 세금징수관보다 높은 <법관>을 만들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우구스>는 6살 때 문법학교에 입학해서 초등 교육을 받았어.
그런데, 이 아이가 의외로 똑똑한 거야. 맨날 장난질만 하고, 노는 것만 좋아하는 아이같은데도, 암기를 잘하고 웅변술도 뛰어났던거지. 어머니는 아이를 기독교 신앙에 따라 엄격하게 가르치려고 했지만, 아버지 생각은 좀 달랐어. 아이를 더 공부시켜야겠다고 생각한거야. 그래서 365년. <아우구스>는 중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하기 위해 <마다우라>로 갔고, <아플레아우스>라는 이름있는 철학자 밑에서 공부하게 되었지.
하지만, 16살때 학비 문제로 공부를 중단한 채 고향으로 돌아오게 돼. 이 때를 <아우구스>는 방탕한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말하였지. 친구들과 모여서 남의 집 정원에서 배를 훔쳐먹기도 하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했고, 여자 아이들을 괴롭히기도 했지.
열받은 아버지는 아들을 빨리 결혼시켜 버리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반대했어. 아들이 <죄>가 무엇인지를 알면 하느님의 곁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 때문이었지. <아우구스>의 부모는 여기 저기에서 학비를 구해서 아들을 다시 대도시 <카르타고>로 유학보내었어.
뭐... 지금도 <조기 유학>같은 거 보내면 결말이 어떤건지 잘 알잖아? 문제아가 부모 곁을 떠나서 혼자 대도시에서 살면 무슨 짓을 하고 놀겠어? 19살에 카르타고 학생이 된 <아우구스>는 신학이나 법학에는 큰 관심이 없었어. 오히려 인간이 뭔지, 고독이 뭔지를 설명한 키케로의 글 같은 걸 좋아했지. 그가 좋아했던 철학 서적은 <호르텐시우스>였어.
그 외의 시간에 그가 한 일은 <연애 사업>이었지. 피끓는 젊은 유학생들이 해야 할 일은 오직 그것이라고 생각했나봐. 그가 생각한 인간이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나약한 존재에 불과해. <육체에 대한 욕망>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시절이었어. 만약, 육체에 대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학문이 있다면 그것은 철학 뿐이었지.
그렇다고 그가 큰 철학적 포부를 가진 것도 아니였어.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 배운 <신학>같은 학문이 너무 비이성적이고, 논리에 안 맞아서 반발심에 철학책을 읽은 것이었거든.
20살. 그가 소중히 여겼던 것은 여자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논리적인 웅변술, 인간 육체가 지니는 한계에 대한 철학적 고민 같은 것 뿐이었어.
3. 마니교 : 육체와 이상 사이의 갈등
19살 때, 그는 노예 출신의 천한 여자와 동거를 시작했고, 얼마 후 아들까지 낳게 되지.
그는 고민했어. 자신이 생각하는 철학적인 이상은, 항상 육체적인 유혹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생의 마지막까지 그를 따라다닌 인생의 고민은 인간 육체의 나약함을 극복하는 것이었고, 그 핵심이 바로 성(sex)과 관련된 것이었지.
<아우구스>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종교가 바로 <마니교>였어.
크리스트교는 신앙에 대한 <귄위>만으로 신도들을 설득하려 했기 때문에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마니교는 우주의 원리를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설명해주려고 했어.
마니교의 핵심 교리는 <금욕주의>였지. 마니교의 고위 성직자들은 모두 선택된 자들로서 <금욕>을 실천에 옮긴 자들이었고, 모두가 <독신>이었거든. 육체적인 욕망을 참지 못하는 <아우구스>에게 마니교는 너무나 대단한 종교였어.
자, 그럼 <아우구스>가 젊은 시절 내내 믿었던 마니교가 뭔지 한 번 살펴볼까?
마니교는 3세기 페르시아에서 예언자 <마니>가 만든 종교야. 3세기 페르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서아시아 최강의 통일국가였지. 마니교는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종교사상의 융합체야.
로마 제국의 예수 중심의 크리스트교 사상,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 인도의 불교까지 합쳐진 고대 종교의 종합 선물세트였지.
쉽게 말하면, 태초의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이 구원을 약속했어. 구원의 약속을 아담이 들었고, 아브라함이 신에게 구원을 약속 받았지. 그 구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예언자들이 지상에 내려오게 되지. 그 예언자들이 예수, 부처, 조로아스터 등이야. 그런데, 구원의 약속을 마지막으로 전한 최후의 예언자가 바로 <마니>야.
그럼 마니가 남긴 최후의 예언은 뭐냐... 그건 유럽의 그노시스파나 조로아스터교에 나오는 <빛신과 어둠의 신의 대결>이야. 조로아스터교의 예언자인 조로아스터가 말하길, 세상에는 빛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의 신인 <아리만>이 투쟁한다 - 라고 했거든. 그런데 최후의 성전에서 빛의 신이 이기면, 인류는 구원을 받는 거야. 그게 바로, 신이 남긴 구원의 약속인거지. 따라서 <마니>는 빛의 사도, 또는 빛을 비추는 예언자라고 불러.
그리고, 마니는 그 구원이 유대인만의 구원이 아니라, 부처와 조로아스터까지도 포함한 보편적 구원이라고 설명하였지. 유대인민의 종교를 예수가 전 세계의 종교로 만든 것처럼, 마니 역시 모든 이들을 위한 <보편적인 종교>가 있다는 것을 주장한거야.
그런데, 이런 큰 흐름을 가진 방대한 종교는 시간이 지나면 그 교리가 이상해 질 수 있잖아? 후대에 잘못 전달될 수도 있고... 그래서 마니는 자신이 생각한 교리와 계시받은 내용을 책으로 만들어 두었어. 그것이 바로 마니교의 성경인, <생명의 서>, <신비의 서>, <거인의 서>, <샤브라칸> 등이지.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믿는 페르시아는 <마니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어. 조로아스터교랑 비슷한거 같으면서도, 핵심 교리는 <기독교와 불교>에서 따왔고.... 결국 페르시아는 <마니교>가 국교를 해치는 사악한 종교라고 판단을 내린거야. 결국 마니는 박해를 받고 죽게 되지.
마니교는 아까 말한대로 <보편적인> 종교였어. 모든 종교의 좋은 점만 쏘옥~ 합쳐놓았는데, 그것도 앞뒤가 딱맞는 논리적인 내용이니 얼마나 환상적이겠어? 우주에 존재하는 빛과 어둠이라는 물질적인 개념에, 신과 구원이라는 초월적인 개념, 불교의 이론까지 두루 포함한 종교였던거지.
이 종교는 영지주의 이념이 강했던 4세기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에서 크게 유행하였고, 서로마, 동로마에서도 많은 신자가 생겼어. 하지만, 교부들이 이단이라고 선고를 내려서 유럽에서 추방하였지.
반대로 동쪽으로 전파된 마니교는, 조로아스터교의 박해를 피해 동으로 동으로 전파되었어. 특히 비단길, 사막길 등 동서교역로를 따라 쭈욱~ 이동해서 중국, 인도까지 전파되었고, 하나의 종교로 인정받기도 했지. 유목국가인 위구르에서는 <국교>로 선포되기도 했어.
하지만, 중국에서 성리학 사상이 본격화될 무렵, 인도에서 이슬람교가 전파될 무렵,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징기스칸의 유목민족이 서아시아까지 진출할 무렵부터 마니교는 탄압을 받게 되지. 그리고 14세기 무렵엔, 인류의 역사에서 <지나간 종교>의 발자취만 남기고 사라졌어.
바로 이 종교가 가장 융성했던 때가 4세기 아프리카와 로마 제국이었어. <아우구스>는 이 종교를 9년간 믿었고, 또 훗날 이 종교를 이단으로 탄압하게 되지.
<아우구스>가 이 종교에 심취했던 이유는, 이 종교가 가진 <영지주의> 사상 때문이었어.
영지주의란, 타락한 인간의 육체를 <지혜>가 해방시켜 준다고 믿는 사상이야. 마니교는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투쟁하고 있는데, 인간의 영혼은 원래 빛의 세계에서 나왔다고 믿거든.
그런데, 살아가면서 인간의 영혼은 점점 때가 묻어서 더려워질 수밖에 없지.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는 빛과 어둠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빛과 어둠이 같이 존재하잖아. 그래서 빛과 영혼은 타락할 수밖에 없지. 만약, 빛의 속성인 영혼을 잘 지키는 사람이 있다면 죽어서 천국에 갈꺼야. 하지만, 육체적인 것에 푹 빠져있고, 본성이 더러운 것인 성(sex)에만 집착한다면 천국에 갈 수 없어. (마니교는 간음 뿐만 아니라 출산 자체도 육체적인 것으로 분류하고 있었어.)
천국에 못가면 어떻게 되지? 그 땐 브라만교와 불교의 윤회설을 적용하면 되지. 더러운 육체로 천국에 갈 수 없으니, 다시 더러운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겠지. 그런 인간은 또 다시 성(sex)에 집착하게 되고, 영원한 환생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거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악이란 자기의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규칙대로 진행되면서 생긴 <악의 원리>에서 나온다는 거야. 선과 악은 외부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은 그 악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영혼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지.
<아우구스>는 마니교회가 참된 <기독교 교회>라고 믿었어. 육체적 욕망을 고민하던 그에게 마니교의 완벽한 철학적, 논리적 이론은 너무나 감동적인 것이었지.
하지만, 그는 9년이 지난 뒤.... 이 종교를 떠나게 돼. <아우구스>의 지적 수준과 철학적 소양은 한참 높아졌는데, 마니교 성직자들은 <아우구스>의 철학적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거든. 단지, 육체를 멀리하고, 금욕적인 생활만을 하라는데.... 무조건 그러라는 건 결국 귄위적인 기독교 교회와 같은 것이잖아.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마니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도, 생활은 그렇지 못했어. 카르타고라는 도시의 향락적인 생활과 도시적 분위기는 너무 멋진 것이었거든. 28살에 마니교를 빠져나온 <아우구스>....
이제 그는 어디로 향하게 될까?
아이러니 하게도, <아우구스>는 남은 인생동안 자신이 겪었던 마니교, 영지주의, 윤회설 등을 모두 부정하였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독교의 이론을 만들게 되지.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진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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