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학습 사료 모음
고려말의 농민 생활
(가) 요즈음 남방엔 흉년이 자주 들어, 굶주린 백성 왕왕히 길가에 쓰러지는데 수령 중에 글자를 아는 자는 백에 두 셋뿐, 법을 업신여겨도 모른 척함을 장님 벙어리처럼 하네 농부를 몰아다 해구(왜적)를 막게 하니, 도적의 칼날 닿기 전에 먼저 흩어지누나. 대장은 막사에 앉아 악기를 타고, 소장은 땀흘려 무기를 나르네. 권세가의 노비들은 잇달아 말타고와 땅을 빼앗고, 관(官)은 밀린 세금 징수에 흥년을 고려하지 않네. 슬프다 민생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뉘라서 우리 임금을 위하여 정무를 덜어줄까.
(나) 이 때에 이인임, 임견미, 염흥방 둥이 자신들이 거느리고 있는 나쁜 종들을 시켜 좋은 토지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모두 물푸레 나무로 때리고 이를 빼앗게 하였다. 땅 주인이 비록 관가 의 문권(권리 문서)을 가지고 있더라도 감히 항변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것을 '물푸레나무 공문’이라 하였다.
(다) 아침 굶고 저녁도 굶었는데, 가엾어라 허리엔 빈 자루만 차고 그래도 ‘어허야' 소리 입에 침이 마르니, 침마르고 목쉬어 소리도 안나오네. 소리 줄고 힘 다해 기진맥진 엎어지니, 흙 먼지 구덩이만 사람 발에 피를 뿌리네. 제발 원하노니 하늘이시여, 큰 나무나 돌 따위일랑 산림에 두지말고 임금님 옆에 두어, 큰 집의 기등과 주춧돌이 되게 하여 만민의 수고를 덜고 만 백성의 폐를 없이 하여 ‘어허야’ 소리 산골에 안들리게 하소서.
(라) 이런 일이 1 년에 한두 번이나 2년에 한 번씩 있는데, 그 수가 많을 때는 10-50 명에 이른다. 이미 그 선발에 뽑히게 되면 그 부모나 일가 친척들이 서로 모여 통곡하여 밤낮으로 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경에서 혜어질 때 옷자락을 붙잡고 발을 구르며 넘어져서 길을 막고 울부짖다가 슬프고 원통하 여우물에 몸을 던져 죽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는 사람도 있으며, 근심과 걱정으로 기절하는 사람도 있고, 피눈물을 쏟아 눈이 먼 사람도 있다. 이런 예는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 근래에 간신이 날뛰어 나라의 정권을 농락하며 질서와 규을을 파괴하고 공사의 토지와 백성들을 모두 빼앗고 있다. 백성들은 먹을 것이 없고 국고는 말랐는데, 권력을 잡은 자들만이 부유하고 창고가 넘치니 매우 가슴 아프다. 이에 사신을 보내어 민전올 조사하고 조세와 부역을 이전의 법대로 공정하게 정하려 하니, 이는 첫째, 국용(천재 지변 등 응급 구제에 쓰는 비용)을 예비함이며, 둘째, 관리의 녹봉을 충분히 주고, 셋째, 백성의 생활을 풍족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고려사, 충렬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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