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사료
1977. 3. 22 민주구국헌장
우리들의 발언과 행동은 극도로 제약되어 있다. 지난 76년 11월이래 특히 금년 2월과 3월에 걸쳐 전국을 삼엄한 사찰, 경계망이 펼쳐지고, 다수의 성직자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민주시민들이 정보원과 경찰에 의해 납치, 연금 되고 민주주의를 위하여 계획된 집회와 발언은 완전히 봉쇄되고 있다. 이것은 지금 우리 민중 사이에 새로이 높아가고 있는 민주주의에의 열정을 입증해주는 동시에 우리 민주화 투쟁에 가해지고 있는 탄압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숨통이 막힐 것 같은 이러한 조건 아래서 우선 연락이 닿을 수 있었던 시민들만이 이 문서에 서명하였다. 우리는 이 문서가 시민들 사이에 널리 전파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그것을 위하여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1. 3, 1민주구국선언과 1, 23 원주선언은 모든 민중의 선언이다. 우리는 민중의 선언을 탄압하는 법정에서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과 함께 서 있음을 자처한다. 3, 1 민주구국선언 피고인의 상고이유서는 바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민중의 역사와 진리의 법정에의 항고이유서이다. 2.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모든 사태와 징후-미군 철수 논의와 인권문제와 뇌물스캔들 등 국제 선린관계의 파탄-는 오로지 현정부의 독재와 인권유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현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우리는 모든 민중의 진정한 단결을 확보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회복과 실현이 미군철수에 선행되어야 할 사명임을 직시한다. 3. 이 시점에서 현정부가 민족사적 도전을 극복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ㄱ) 유신헌법과 긴급조차의 철폐와 무효선언, (ㄴ) 모든 정치사범의 완전한 인권회복과 비민주적 제도와 법의 폐지 (ㄷ) 고문, 사찰 등 폭압과 정보정치의 종식, (ㄹ) 언론, 학원, 종교의 자유 및 사법권 독립의 보장, (ㅁ) 노동자, 농민 등 모든 민중의 생존권의 보장, (ㅂ) 국내외적으로 부정, 부패의 척결과 정당하고도 공개적인 선린외교의 자세확립을 지체없이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4. 인류의 평화와 공동선을 지향하는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와 그것을 위한 노력에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길일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증진을 위한 한국민의 고난에 찬 노력에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모든 민중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의무이다. 5. 민주주의와 민족의 자주성과 민족통일을 위하여 싸우는 것은 오늘날 각계각층의 모든 민중에게 있어서 최대의 책무이다. 노동자, 농민, 봉급생활자, 공무원, 정보원, 학생, 종교인, 지식인, 중소상공업자 등 인간으로서의 자존심과 자유와 생존의 권리를 짓밟히고 있는 모든 민중들이 최선의 민주국민으로서의 태도를 분명히 하기를 호소한다. 우리는 이 문서를 우리 자신이 범국민적인 민주국민연합을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삼는다. 민주주의 만세! 1977년 3월 22일 윤보선, 정구영, 윤형중, 천관우, 정일형, 양일동, 함석헌, 지학순, 박형규, 조화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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