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시대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중세시대가 암흑기가 아니라, 상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상업발달의 배경, 내용을 정리하고 상업 도시가 어떤 면을 띄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1. 농업발달이 상업 발달을 초래하다. 보통 서양사 학자들은 중세 11세기 부터를 <상업이 부활>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용어 이해가 잘 안되더군요. 부활이란 말은 이전에도 전성기가 있었다는 뜻인데, 언제 상업이 전성기였는지.... 그리스인가? 로마인가? 뜬금없는 부활이라는 말이 맘에 안들어서 여기서는 <상업의 발전>이라는 용어를 키워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상업이 중세에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1세기입니다. 이전의 중세사회는 상업이 발달한 적이 없었죠. 4세기 게르만의 이동, 7세기 이후 이슬람의 유럽 침입, 9세기 이후 마자르족의 침입, 노르만의 침입 등으로 유럽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었습니다. 좁은 대륙에서 피터지고 싸우는 시기였죠. 이러한 시기 이기에 기사계급이 성장할 수 있었고, 기사계급과 지배집단이 봉건적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11세기 이전의 유럽사회는 곧, 봉건제도와 봉건제를 지탱하는 자급자족적 장원제도로 혼히 규정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민족의 침입이 끝나고 유럽은 그동안 밀렸던 개간, 간척사업을 확대하면서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십자권 원정도 그 팽창기 유럽인의 자신감의 표출이었죠. 11세기 이후, 유럽은 전반적인 사회안정으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농업발달과 인구증가는 14세기 흑사병이 유행할 때까지 지속됩니다. 이제 유럽은 개간, 간척사업을 대대적으로 시도합니다. 10세기 말 시토교단은 영국의 북부, 웨일즈, 스코틀랜드, 프랑스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부분의 개간사업을 시도하여 부를 축적하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플랑드르 무역권은 시토교단이 간척사업으로 얻은 토지에서 양모사업을 하면서 성장한 무역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12세기가 넘어서면서 유럽은 더욱 팽창하였고, 그 결과 이제 동부 유럽까지 개간 사업이 확장되었습니다. 실제, 중세유럽은 서유럽 중심으로서 동부유럽과는 <엘베강>을 기준으로 그 생활수준이나, 문화수준이 달랐습니다. 하지만, 게르만 - 라틴인들은 슬라브인들이 거주하는 엘베강 동쪽으로 진출하여 대규모 간척사업을 하였고, 이로서 폴란드, 헝가리, 프로이센과 같은 신생국가들도 더불어 성장하게 됩니다. 엘베강 동쪽은 이제 개척민에 의해 새로운 마을이 건설되었고, 여기서의 자영농들은 중세 농노와는 달리 개척에 따른 <토지 이용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농업의 발달이 곧 대규모 시장을 건설하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에 상업이 발달한 것입니다. 2. 십자군 원정은 상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였다. 11세기 이후 십자군 원정은 상인들에게 새로운 무역권이 있음을 알게 하였습니다. 특히 지중해 상인들은 이슬람, 인도 등 동방과의 무역이 엄청난 무역의 차액을 안겨준다는 것을 깨닫고, 원거리 무역 등 국제 무역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이 11세기가 바로 유럽인들이 기존 세계무역권(중국-이슬람-인도)에 후발주자로 뛰어들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 당시 십자군 원정을 적극지지함으로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보장받고, 국제 무역을 활성화하려고 하였습니다. 실제, 십자군은 상인들의 경제적 지원이 필수였으므로, 4차 십자군과 같은 경우에는 상인들의 주요 무역 거점인 <달마티안 짜라시>, <콘스탄타노플>, <크레타섬> 등이 십자군의 공격목표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4차 십자군은 어찌 보면 상업전쟁으로 <상인>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3. 그래서 무역권이 형성되다. 이렇게 11세기 이후 상업의 발달로 유럽에는 중세 장원을 넘어선 대규모의 무역권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무역권은 십자군 이후 지중해를 탈환한 이탈리아 상인들이 주축이 되었습니다. 즉, 지중해 무역이 가장 중심이었는데, 지중해 무역은 동방물산은 <후추>등의 향신료를 동방에서 수입한 다음 아주 비싼 값으로 <모직물> 등의 필수품과 교환하는 무역체제였습니다. 이것은 원거리 통상을 통한 무역이었기 때문에 태풍, 이슬람의 침입 등 많은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수배에서 수십배의 이윤을 보장하는 무역이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점점 부유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이탈리아 무역권과 북방무역을 연결하면서 이득을 본 중계무역권이 <내륙무역권>이었습니다. 이들은 프랑스의 상파뉴 지방을 중심으로 교통의 요지에서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이 무역권은 북방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손강, 라인강 등 강을 중심으로 이어진 무역권으로, 중계무역 성장을 통해 금융업이 발달한 무역권입니다. 그러나 상파뉴 무역권은 14세기 이후 급격히 몰락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영국과 프랑스간의 <백년전쟁> 때문이었습니다. 또, 이 때 상파뉴 백령이 왕령으로 편입되어 고액의 세금이 부과된 것도 하나의 원인입니다. 이렇게 되자 이탈리아 상인들은 직접 런던과 왕래하려고 하였고, 중계무역권은 그 전성기를 지나 사라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플랑드르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 무역권이 있습니다. 이 북방 무역권은 시토교단을 중심으로 모직물을 생산하여 유럽 각지에 팔았고, 자신들의 무역 거점을 확보하기 위하여 <한자동맹>, <북부동맹> 등 도시 동맹을 결성하여 무역권을 전쟁 기지화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의 무역은 영국 등의 양모를 동방이나, 남부 이탈리아 무역권과 교류하는 것이었고, 그 중간지가 바로 중부 상파뉴 무역권이었습니다. 4. 십자군 전쟁 이후에는 상업 성격이 많이 바뀌다 십자군 전쟁이 끝나고, 서유렵 세계는 이제 아시아와 연결된 <세계 무역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상당한 규모의 원격지 교역이 시작되었습니다. 초기에 상인들은 사치품은 고급 향료를 중심으로 무역에 참여하였습니다. 왜냐면, 11세기에 상업발달이 아직 만개하지 않았을 때에는 귀족들이 주요 구매원이었고, 귀족물품을 파는 것이 큰 이윤을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3-14세기에는 농업이 일정 생산량 이상 발달하면서 농노해방과 자영농 성장이 두드러진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 때의 상인들은 이제 대중적 상품인 식량, 차, 모직물 등을 주로 다룹니다. 즉, 비싼 물건 하나를 귀족에게 파는 것보다 싼 물건이라도 엄청난 수요의 물품을 대중에게 파는 박리다매의 효과를 기대하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상업의 변화가 근대적 상업으로 평가될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서유럽 내에서 상업이 발달했다는 것이지 당시 동방무역과 비교했을 때에는 너무나 후진적인 무역이었으니까요. 먼저 유럽의 상업은 길드제품을 위주로 생산되었고, 취급 품목에 제한을 두었습니다. 또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 수준을 감안하여 지역차를 이용한 부등가 교환 체제였을 뿐, 서유럽 시장 자체가 발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탈리아 무역권과 북유럽 무역권의 교류 품목도 상당수가 아시아에서 들여온 물품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상업적 이윤이 상업에 재투자되기 보다는 토지 매입, 고리대로 활용, 권력과 결탁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것은 중세 상업의 발달이 곧 바로 근대적 요소가 되지는 않음을 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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