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이야기 1> - 일본의 신화 편
신화는 역사 속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당합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질 수도 있고, 그들의 문화 양식을 대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화가 설화와 다른 점은,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서 그 이야기 자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이지요. 예로, 단군신화에서의 환인의 의미는 우리 민족과 문화의 기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역사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신화>는 그 공동체를 <이해>하는 수단이지 신화 자체로서 이해하지는 않으니까요.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푸코의 해석에 따르면 신화 속에는 그 사회상이 녹아있다고 합니다. 곰과 호랑이 이야기에는 곰부족과 호랑이 부족이라는 토템이 있고, 당시가 청동기 사회구, 농경을 했구... 어쩌고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죠. 신화와 달리 설화는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손의 이야기는 신화이지만, 지상에서 국가를 세운 주몽과 온조는 역경을 딛고 영웅이 되어가는 인간의 이야기이죠. 그러나, 사실 건국이야기를 다룰 때, 신화와 설화를 굳이 구분하려하지 않습니다. 설화 속의 영웅들은 대부분 천손의 자손으로 나오거든요. 아무래도 하늘의 자손이라고 해야 뽀대가 날테니... 오늘은 일본의 신화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일본은 다른 나라와 달리 신화 이야기를 국가적 차원에서 각색한 나라입니다. 그 이유는 일본 천황가가 하늘의 자손이라는 <천손강림>의 이데올로기를 전 신민에게 주입하기 위해서였죠. 천황가가 구체적으로 신화를 재창조한 책이 <고사기>라는 책의 상권입니다. 그럼 내용을 한번 볼까요? 일본의 신화 세상이 시작될 때에는 하늘과 땅에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탄생의 시작엔 어둠만이 있었고, 질서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죠. 어둠과 무질서는 세상에 최초의 <존재>를 만들었습니다. 그 최초의 존재가 <음, 양>이었죠. 음과 양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의 존재가 없다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음이 없으면, 그 반대개념인 양이라는 말도 필요없으니까요. 음과 양이라는 대립되는 존재는 하늘과 땅이라는 대립되는 존재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최초의 신은 하늘에서 음과 양의 기운으로 만들어졌죠. 하늘의 천상계에서 최초로 태어난 신은 밝음의 신 3명이었습니다. 이 하늘의 신들이 이자나키라는 남자 신과 이자나미라는 여자신을 낳았습니다. 즉, 남매신이 탄생한 것이죠. 천상계에 머물고 있던 최초의 신들은 이자나키와 이자나미에게 물 위를 떠다니는 대륙을 평화롭게 만들고, 고정시켜놓으라고 말하였습니다. 하늘 신들은 하늘의 창을 주어 그 임무를 남매신에게 맡긴 것이죠. 남매 신은 하늘의 구름다리에 서서 그 창을 이용하여 바닷물을 저어 올렸습니다. 그러자 바닷물이 창에 의해 휘감기고 떨어지면서 딱딱하게 굳어 버렸는데, 이렇게 해서 생긴 섬이 오노고로 섬이었습니다. 이것이 곧 일본이라는 나라의 시초입니다. 남매 신은 그 섬을 자신들의 터전으로 삼았습니다. 그 섬에서 하늘까지 이어지는 기둥을 세우고 큰 전각을 만들었습니다. 집을 만들자 남자신 이자나키와 여자신 이자나미는 남매가 아닌 부부로서 연을 맺고, 신성한 교접을 통해 국토를 낳기로 결정합니다. 신들이 신성한 교접을 할 때 여신은 말을 해서는 안되는데, 이자나미가 말을 하는 바람에 첫 번째 태어난 자식은 거머리였습니다. 이자나키는 아자나미를 나무라면서 다음 교접 때에는 자신이 먼저 말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자신보다 남자 신이 우월하다는 관념이 있네요. 남자 신이 정력을 다하자 제대로 된 국토가 생겨나게 됩니다. 이자나미가 낳으려고 한 신은 불의 신인 카구쓰치였습니다. 그러나, 불의 신의 양의 기운이 너무 강하여 이자나미는 생식기에 화상을 입게 되었고, 결국 병들어 죽게 됩니다. 일본 신화에 성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일본인들이 <성>이라는 것을 상당히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자나키는 이자나미가 죽자, 아내를 죽이면서 태어난 불의 신 카구쓰치에가 원한을 갖게 됩니다. 이자나키는 카구쓰치를 베어 죽여 버렸습니다. 불의 신인 카구쓰치가 죽자 그의 피가 튀었고, 카구쓰치의 피와 살들은 다른 신들이 되어 신들이 계속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자나키는 이자나미의 죽음을 그러워하며 실의에 빠집니다. 이자나키는 결국 이자나미를 보고자 지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나, 이자니키는 이자나미가 말한 지옥의 금기를 잊어 버리고 맙니다. 이자나미는 이자나키에게 절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만들고 지킬 것을 요구했는데, 그 이유는 죽음의 세계에 있는 그녀는 구더기로 몸이 덮혀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이자니키는 이자나미의 얼굴을 보았고, 너무 무서워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이자나미는 남편을 뒤쫒아 가면서, 이자나키가 자신을 모욕하였고 하면서 오히려 이자나키를 공격합니다. 이자나미는 도망가는 남편에게 <당신 나라의 사람들을 하루에 천명씩 저승으로 데려가겠다>라고 저주합니다. 그러자, 이자나키는 <그럼 하루에 천오백개명이 태어나도록 탄생방을 마련하겠소>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이후 태어남과 죽음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이자나미를 황천길의 신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지옥에 다녀온 이자나키는 실의에 빠집니다. 그는 지옥에서 묻은 때를 씻는 다며 목욕을 하는데, 이 때 많은 신들이 이자나키의 몸에서 태어납니다. 1번째 태어난 신은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 여신이였습니다. 태양은 대부분의 신화에서 농경과 풍요를 상징하죠. 2번째로 태어난 신은 달의 신(역법의 신)인 츠쿠요미였습니다. 양이 태어났으니, 다음은 음이 태어난 것이죠. 3번째로 태어난 것은 전투의 신인 스사노였습니다. 일본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겠네요. 이자나키는 이 3명의 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 버립니다. 아마테라스는 하늘과 낮을, 쯔쿠요미는 밤을, 스사노는 바다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이라는 섬은 결국 하늘과 밤, 낮, 그리고 바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죠. 여신 아마테라스는 자애롭게 하늘을 다스렸고, 밤은 쯔쿠요미에 의해 포근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다의 신 스사노는 어머니인 이자나미가 보고 싶다며 엉엉 울었고, 바다를 성나게 하였습니다. 이자나키는 화가 나서 스사노를 추방해버립니다. 스사노는 여신 아마테라스에게 몸을 의탁합니다. 아마테라스는 스사노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스사노와의 내기에서 지는 바람에 그를 돌봐주게 됩니다. 그러나, 스사노는 점점 아마테라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자신의 힘을 자랑하기만 하였씁니다. 어느날 스사노는 아마테라스의 시녀를 죽여 버리기 까지 하였습니다. 여신 아마테라스는 너무 놀라 동굴 안으로 숨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태양의 신 아마테라스가 사라지자 세상은 온통 암흑이 되었습니다. 천상계의 모든 신들은 아마테라스를 겨우 달래어 다시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고, 스사노는 추방해 버렸습니다. 스사노는 추방당하여 지상으로 왔습니다. 지상에서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던 야마타노오로치를 퇴치하여 지상 사람들의 영웅이 됩니다. 지상의 사람들은 스사노의 후손인 오쿠니누스를 지상의 지배자로 존경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쿠니누시는 지상국가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하고 백성들을 잘 다스려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천상계를 다스리던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와 그 후손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테라스는 자신의 후손인 히노호니니기에게 명하여 지상을 다스리라고 하였씁니다. 히노호니니기가 지상으로 내려오자 지상의 왕인 오쿠니누시는 히노호니니기에게 국가를 물려주었습니다. 히노호니니기가 천상계의 명령을 받고 지상으로 내려온 사건을 <천손강림>이라고 합니다. 일본이라는 곳의 역사는 이 천손강림에서 비롯됩니다. 일본은 하늘의 명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며, 하늘이 아들이 이어서 지배하는 나라라는 명분이 생긴 것이지요. 이렇게 하늘의 자손의 피를 받은 자들이 대대로 <천황>이 되어 일본을 다스립니다. 일본 천황가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신화는 7-9세기를 거치면서 고사기와 일본서기 등으로 재편집 되었고, 천황가의 권력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놓았습니다. 일본의 천황가는 정권이 누구로 바뀌든 간에 끝까지 지속되었고, 하늘의 후예들라는 명분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답니다. 신화의 위력이라는 것이 최소한 일본에서는 대단한 것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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