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란 말이 왜 이상향으로 쓰일까?
유럽에서는 이상향이란 뜻으로 <유토피아>라는 말을 쓰곤 합니다. 그러나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단지 이상향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라는 유명한 글귀처럼 <인클로저 운동>으로 터전을 잃고, 급변하는 사회와 혼란 속에서 <이상적인 곳>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하는 소망이 유토피아에 담겨 있습니다. 영웅은 난세에 등장하고,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은 <혼란한 사회>에 더 나타나나 봅니다. 유럽인들이 이슬람 세력에게 밀려 자신들이 초라하다고 느낄 때, 그들은 전설 속의 왕인 <존>을 찾거나, 이상적인 기독교 국가인 <아틸란티스>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이 없다고 느낄 때, 신비의 나라 <지팡구>를 찾고, 걸리버 여행기를 적었던 것처럼 말이죠. 중국 역시 이상향이란 뜻으로 <무릉도원>을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무릉도원이라는 말을 한 도원명이 살았던 시기는 중국이 가장 혼란했던 위진남북조 시대였습니다. 죽림칠현 역시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한 위진시대의 인물들이구요. 난세엔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을 찾는다고들 합니다. 이 말은 동서 고금의 진리인 것일까요? 그럼 지금부터 <무릉도원>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야기 전쟁으로 혼란한 서진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진나라의 무릉 지역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어부는 항상 배틀 타고 고기를 잡으러 다녔지요. 어느 날, 어부는 물고기를 많이 잡으려는 욕심에 험한 산 중턱의 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얼마나 많이 갔는지도 모르게 어부는 정신없이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물고기를 잡다보니 낮선 곳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어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곳은 온통 복사꽃으로 가득 찬 숲이었는데, 다른 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기 때문이죠. 어부는 복숭아의 향기로움에 취해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웠죠.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어부는 한동안 넋을 잃고 경치를 바라보다가 복사나무 숲 저편까지 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부는 배를 저어 더 높이 올라갔죠. 결국 어부는 물의 첫 출발지(수원)까지 올라갔습니다. 물줄기 끝 부분의 산에 이르니, 그 산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어부는 굴 속이 밝은 것을 보고 배를 두고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 동굴은 처음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좁았는데, 걸어갈수록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넓어지던 동굴은 어느 새 밝고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이 되어 버렸죠. 어부는 너무 눈부셔 눈을 다시 비비고 바라보았습니다. 땅은 한없이 넓었고, 집은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곳곳에 기름진 논밭이 있었으며, 뽕나무와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중국인과 다르게 이국적인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마을 곳곳마다 닭소리와 개소리가 푸근하게 들리고, 모두가 행복해 보였습니다. 노인들은 노란 머리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그늘 없이 모두 까르르 웃고 있었습니다. 어부가 멍하여 바라보자 마을 사람들은 낮선 사람이 마을에 왔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놀라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어부가 누구인지를 물었습니다. 어부는 자신이 마을에 온 과정을 사실대로 말하였죠. 마을사람들은 어부의 말을 듣자 다시 즐겁게 웃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을에서는 어부를 큰 집으로 초대하고, 술과 기름진 고기를 만들며 환영 파티를 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마을 사람은 어부에게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설명하였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조상대부터 여기 살았습니다. 조상님들은 진나라 때부터 끊임없이 이어진 전쟁을 피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 곳에 오게 된 것이죠. 그 이후로 우리는 한번도 바깥 세상에 나가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세상의 일을 모른답니다.> 어부는 마을 사람에게 지금의 세상을 말해주었습니다. 한나라, 진나라, 위나라와 같은 나라들을 말해주고, 전쟁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어부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어부는 그날부터 이집 저집을 돌며 환영 파티에 초대받고 행복하게 지냈습니다. 5일이 지나고 어부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한가지 부탁을 하였습니다. <우리 마을에 관한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나, 어부는 자신이 본 마을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어부는 돌아오는 길 곳곳에 표시를 해 두어 다시 마을을 찾을 수 있도록 하였죠. 어부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을의 태수에게 가서 자신이 본 마을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태수는 그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사람을 보내 그 마을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어부가 남긴 표적은 말끔히 지워져서 찾을 수 없게 되었고, 어부가 갔던 길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곳을 찾으려하는 선비들이 있었지만 찾지 못하고, 그 마을의 이야기는 전설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마을을 <신선>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은 복숭아의 향이 가득한 마을이라고 하여 무릉도원, 도원경이라고 불리었지만 그 곳에 간 이는 없었습니다. 훗날 사람들은 무릉도원을 신선의 마을(선경)이라고 생각하였고, 이 마을은 점차 <전쟁이 없는 평화의 세상>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곳을 사람들은 <이상향>이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도원명의 저서, 도화원기에 나오는 말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상향는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상향이 아닐까? 우리가 흔히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단어는 <현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당시 세상이 너무 혼탁하기에 전쟁없는 세상을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유토피아가 이상향인 것은 당시 유럽인들의 삶이 너무 불안정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엘도라도>라는 말은 꿈꾸는 유럽인들의 환상이 모험에 반영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릉도원이란 말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야기되는 것은 혼란한 시기마다 그러한 이상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중국인의 마음 속에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들 모두 이상향을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사회가 혼란하고, 어렵고, 생활이 지칠수록 만약 이런 세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갑니다. 항상 불만스러운 우리들의 삶 속에서 이상향을 마음 속에 두고 살아가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도원명이 생각한 이상향은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자연을 느끼는 삶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런 시를 노래하며, 벗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세상이 아니였을까요? 봄여름가을겨울(四時) - 도원명 陶淵明 春水滿四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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