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야.... 너무나도 미안하다.
너에게 몇 번째 편지를 쓰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적을 때 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언제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반도야 미안하다.. 라는 말 뿐이구나. 그동안 네가 감기로 고생하고, 몸살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게 느껴지더구나. 지난 12월 19일... 네 몸을 고쳐줄 의사를 찾아 국민들은 선거를 했단다. 국민들은 어떤 의사가 아름다운 한반도를 만들어줄 의사가 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었단다. 결국 국민들은 5년간 너의 병을 완벽하게 고치지 못한 무능한 의사가 싫어서, 부패하고 미심쩍고 좀 맘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유능하다고 소문난 의사를 뽑아 한반도의 고질병들을 고쳐주길 기대하고 있단다. 그런데, 너의 병을 고쳐줄 새로운 의사는 너무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 너의 병을 한번에 다 뜯어 고친다고 하는구나. 너는 감기 몸살로 고생하고 있는데, 그 의사는 너의 몸을 마취시키고 내시경으로 뚫고, 혈맥을 뒤집어 낙동강부터 한강까지 모두 고쳐려 하는구나... 그 의사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몰라도, 그 수술을 감당할 너와 이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힘든 일들을 겪어야 할지... 네가 가진 병들은 한번의 수술로 모두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잖니... 반백년 전 너의 몸을 두동강이 내어놓고, 그나마 남은 반쪽짜리 네 몸에 군사독재와 혁명의 피와 민주화의 열망으로 몸살이 난 네 몸, 그리고 경제발전을 명목으로 산천을 뿌리뽑고, 붉은 피를 거무죽죽한 죽은 피로 만들어 온 네 몸.... 그 몸을 고치는데, 하루 이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잖니.... 어느 뛰어난 의사가 경제를 살리고, 한반도를 실린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은 너무 기대가 크단다. 하지만, 그 의사는 빨리 실력자랑을 하고 싶은 나머지 네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 같구나... 한반도야... 네가 간직한 문화유산과 역사유산들을 어떻게 보존한다는 공약도 없이 너무 빨리 내 몸에 큰 혈맥을 하나 더 만든다는구나...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성장한 나라란다. 그런데, 그 한강의 기적의 시대에 살았던 이 의사는 지금도 그 때의 수술법으로 너를 치료하려고 하는구나... 지금 한반도에서 필요한 것은 1970년대 한강의 기적 때 만들었던 물류창고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산업들이 아니겠니? 효율적 공직사회를 위해 과학기술부처를 없애는 나라.... 미래가 보이지 않는구나. 한반도야... 거듭 미안하다는 말만 하게 되는구나... 수천년의 역사를 지켜보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너에게 이런 말을 하기가 민망하구나... 이제 한반도에서 한국사람들은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해야 한단다. 전 국민이 미국식 영어시험을 보아야 하고, 영어를 잘하면 군대도 가지 않는 세상이 온단다. 영어를 잘하면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교사가 되고, 영어가 만능인 세상이 올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생길지 모르겠다. 왜 우리의 아이들은 쓸데없는 국가정책에 매번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거니... 사교육이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지나치게 과열된 입시제도의 문제란다. <제도>의 문제인데, 국가 정책을 만든다는 사람들은 항상 그 과정에 해당되는 문제만 <반짝반짝> 내놓고 매번 실패를 거듭하고 있단다.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목숨걸고 대학가겠다는 사람들이 줄서있는 세상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는 것을 모르진 않을텐데, 일단 새 정부니 새로운 정책을 내 놓고 보겠단다. 아무도 근본 원인인 <제도> 자체를 손보려 하지 않는구나... 제도가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교육학 책을 한줄이라도 읽은 장관이 제일 잘 알텐데... 국가 교육의 목표는 <천재>를 양성하는 것도 <대학입학>도 아니잖니... 교양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잖니... 교양있는 시민이 영어를 잘하는 시민으로 규정되어 버릴 것 같구나. 왜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과 유창하게 대화를 해야 하는 거니... 필요한 사람들만 영어를 배워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은 안되겠니? 전국민이 영어에 쏟아부어야 할 돈으로 통역사를 키우면 1개 연대는 나올텐데... 한반도야, 이제는 네 스스로 네가 누구인지 모를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반토막난 네 몸의 한 쪽에서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세습국가가 자리잡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술 몇 번 해본적도 없으면서 유능하다고 소문난 의사가 네 심장까지 빼내어 갈고 닦으려 하고 있구나... 네 몸을 네가 살아온 길을 사랑하지만,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은 이 땅을 떠나려 할지도 모르겠다. 네 몸의 아픈 병을 제대로 진단조차 못하고, 네 작은 감기에 위장약을 들이붓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실아가야 하겠니... 그래도, 그래도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실망한다고 해도.... 이 땅의 역사는 반만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을 견디며 여기까지 멋지게 이어져 왔단다. 훗날 한반도 너는... 그 때는 이런날도 있었지라고 말해줄 것이고, 우리의 후손들은 그 때 역사를 이렇게 평가하면 어떨가라고 회상하고 있을 거란다. 백년 뒤 너는 지금부터의 5년을 어떤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부디 그 훗날의 기억이 정말 아름다웠으면 한다... 지금은 단지, 너에게 미안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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