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동명왕편 - 영웅의 위기
나이 들어 어른이 되니 재능도 함께 갖추었다. 금와왕에게는 아들 일곱이 있었는데 항상 주몽과 같이 사냥을 하면서 놀았다. 왕자와 종자가 40여명인데도 겨우 사슴 한 마리를 잡았으나, 주몽이 잡은 사슴은 아주 많았다. 왕자가 이를 투기하여 주몽을 잡아 나무에 묶어놓고 사슴을 빼앗아가 버리므로 주몽은 나무를 뽑아 버리고 돌아왔다. 태자 대소가 왕에게 말하기를 <주몽이란 놈은 귀신같은 장사고 안목이 비상하옵니다. 이 놈을 일찍 처치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훗날 근심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왕이 주몽으로 하여금 말을 먹이도록 하였으니, 주몽의 참뜻을 떠 보고자 한 것이다. 주몽은 속 마음에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말하기를, <저는 천제의 자손으로 남의 말을 먹인다는 것은 죽음만 같지 못한 노릇이니, 남쪽으로 가서 나라를 세울까 합니다. 그러하오나, 어머니가 계시니 감히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하기를 <이는 내가 밤낮으로 마음 졸인 바이다. 내가 듣기로는 장사가 먼 길을 떠날 때는 꼭 좋은 말이 필요하다. 나는 말을 고를 줄 안다.> 하고 곧 말목장으로 갔다. 그리고는 긴 채찍으로 마구 치니 뭇 말이 놀라 달리는데, 붉고 누름한 말 한 마리가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주몽은 훌륭한 말임을 알고 남몰래 바늘을 혀뿌리에 꽂아두었다. 그 말은 혀가 아파 물과 풀을 먹지 못하므로 몹시 야위어갔다. 왕이 말목장을 순행하다가 뭇 말이 모두가 살찐 것을 보고는 크게 기뻐하고 야원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은 그 말을 얻어서 바늘을 뽑고는 잘 먹었다. 주몽은 남으로 내려가고자 하였지만, 강을 건너자니 배가 없고 따라오는 군사들이 닥쳐올까 두려워서 채찍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한숨짓고 탄식하기를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자인데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황천과 후토는 이 외로운 사람을 살피시어 속히 배와 다리를 마련하소서>라고 하였다.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니, 물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이루었다. 주몽은 이러하여 건널 수 있었는데, 얼마 안 되어 추격병들이 이러렀다. 추격병이 이르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놓은 다리가 즉시 없어졌으므로 다리 위에 있던 군사들은 모두 빠져 죽었다. 주몽이 작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그 어머니가 말하기를 <어미 걱정은 말아다오>하고는 오곡 종자를 싸 주었다. 주몽은 생이별하는 아픔으로 애끓이다가 그만 보리씨를 가져오는 것을 잊어 버렸다. 주몽이 큰 나무에서 쉬고 있었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주몽이 말하기를 <이는 틀림없이 어머니가 사자를시켜 보리씨를 부쳐온 것이다>하고는 활을 당겨 쏘는 한 살에 다 떨어졌다. 목구멍을 열어 보리씨를 꺼내고는 물을 비둘기에게 뿜자 다시 살아서 날아갔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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