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의 동명왕편 - 건국의 과정
비류왕 송양이 사냥을 나왔다가 왕의 용모가 비상함을 보고 데리고 가서 더불어 앉아 말하기를, <바닷가에 떨어져 살아 아직 군자를 만나보지 못하다가 오늘 우연히 만났으니 다행한 일이요. 그대는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오셨소?>라고 물었다. 왕이 대답하기를 <과인은 천제의 손자며 서국의 왕입니다. 감히 묻습니다. 군왕님은 누구 후손이신지요?>라고 하였다. 송양이 <나는 선인의 후예인데, 여러 대에 걸쳐 왕을 하고 있소. 지금 이 지방은 지극히 좁아 두 임금이 갈라서 차지할 수 없는데, 그대는 건국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우리 부용국이 되는 것이 좋지 않겠죠?>라고 말하였다. 왕은 <과인은 하늘을 이은 자손이고 지금 왕은 신의 자손도 아닌데도 억지로 왕이라 일컬으니 만약 나에게 복종치 않으면 하늘이 반드시 그대를 벌할 것이요>라고 말하였다. 송양은 왕이 몇 번이나 천손이라고 말하는 데 대해 의심을 품고 재주를 시험해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말하기를 <왕과 더불어 활을 쏘고 싶소이다.>라고 말하고는 사슴을 그린 과녁을 100보도 못 미치는 거리에서 두고 쏘는데, 살이 사삼의 배꼽을 맞하지 못했으면서도 실지로 맞힌 것처럼 여겼다. 왕은 사람을 시켜 옥지환을 100보밖에 걸게 하고 쏘자 마치 기와장이 부서지듯이 깨지므로 송왕은 크게 놀랐다고 한다. 왕이 말하기를 <나라 일이 새로우니 아직 고각의 위의가 없다. 비류국 사자가 왕래할 때, 내가 왕의 예로서 영송할 도리가 없으니 우리를 업신여기는 구실이 되겠다>고 말하였다. 시종하던 신하 부분노가 나와서 말하기를 <신이 대왕님을 위하여 비류국의 고각을 가지고 오겠습니다>라고 하메, 왕이 <다른 나라 장물을 네가 어떻게 가져 오겠는가?>라고 말하였다. 이에 대답하기를 <이것은 하늘이 내린 물건이니 어찌 가지지 못하였겠습니가? 대체로 대왕님이 부여에서 곤궁하실 적에 어느 누가 이곳에 오시리라 생각하였겠습니까? 지금 대왕님이 만 번 죽을 위태한 땅에서 몸을 빼나와 요좌에서 이름을 날렸사옵니다. 이는 천제가 명령하시어 이루신 일이오니 무슨 일인들 이루어지지 아니하겠습니까?>하고는 부분노 등 3인이 비류국에 가서 고각을 훔쳐왔다. 비류국왕이 사자를 보내 아뢰기를 뭐라 뭐라 하였다. 왕은 고각을 와서 볼까 염려하여 어둡게 색칠해 오래된 것 같이 해놓았더니, 송양이 감히 다투지 못하고 돌아갔다. 송양이 도읍을 세운 시기의 선후로서 부용국을 정하려 했다. 왕이 궁실을 만드는데, 썩은 나무로 기둥을 삼아 1000년이나 묵은 듯이 해 두었다. 송양이 와 복는 마침내 감히 도읍의 선후를 다투지도 못하였다. |
'퀴즈풀이 > 역사 사료와 데이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규보의 동명왕편 - 유리의 태자등극 (2) | 2007.01.13 |
---|---|
이규보의 동명왕편 - 고구려의 건국 (2) | 2007.01.13 |
이규보의 동명왕편 - 주몽의 위기 (1) | 2007.01.13 |
이규보의 동명왕편 - 주몽의 탄생 편 (1) | 2007.01.13 |
이규보의 동명왕편 - 해모수, 하백 이야기 (0) | 2007.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