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거세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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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해석 : 나정 숲은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사적 제245호입니다.. 2000년 세계문화유적 등록되었습니다. 오래된 소나무 숲 속에 작은 정자가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자그마한 우물 하나와 기념비도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의 탄생설화를 간직한 숲입니다. 천 년 장대한 신라의 역사가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죠.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기원전 69년 춘 삼월에 나정이란 곳에서 태어났지만, 그는 태어나자마자 동천이란 곳으로 옮겨져 씻겨집니다. 말하자면 세례를 받은 것이죠. 가야를 건국한 김수로왕도 태어나서 성스러운 물에 목욕함으로써 성인이 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박혁거세가 백마가 난 알에서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백마가 하늘에서 운반해 온 알에서 태어난 것인지는 분명하기 않습니다.
<삼국사기>에서는 박혁거세 즉위 5년(기원전 53년) 기사에 왕비인 알영부인의 탄생설화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알영과 혁거세가 똑같은 날에 계룡의 왼쪽 겨드랑이 밑에서 태어났다고 한 반면, <삼국사기>에는 오른쪽 겨드랑이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죠. 오른쪽과 왼쪽 겨드랑이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김부식의 시기에는 우파(오른쪽 집단)세력이 강했고, 일연스님의 시기에는 좌파(왼쪽 집단)가 강해서 똑같은 사실을 좌우를 달리해 기록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알영이란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고대신라에서는 남자를 알노(閼老. 알치), 여자를 알영(閼英. 아로)이라고 했습니다. 알치에서의 ‘치’는 동냥치, 양아치, 그치, 저치 등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고, 아로에서의 ‘로’는 남해왕의 여동생인 아로阿老, 남해왕의 왕비인 아루阿婁, 고구려의 소서노召西奴, 부분노扶芬奴 등에서 그 용례를 볼 수 있죠. 알閼은 ‘아리’의 한문식 표기이며, 아리란 우리 말은 ‘알’, ‘알짜’, ‘알통’, ‘처음’을 뜻합니다. 처음이고 알짜란 뜻의 ‘아리’에서 파생된 우리말로는 ‘아이’, ‘아씨’가 있습니다. 아씨는 원래 갓 태어나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동자(동자. 어린아이)를 뜻했다고 합니다. 이런 뜻에 비추어 보면 알영정이란 우물도 부락의 초입부에 있는 곳이었고, 여자들이 자주 물을 길렀던 곳으로 보입니다.
<삼국유사>에서는 알영을 서술성모西述聖母의 현신으로 봅니다. 서술성모는 쉽게 말해 마리아와 같이 동정으로 잉태할 수 있는 동양식 성처녀이지요. 알영의 이런 신화적 속성 때문에 문제가 좀 복잡해집니다. 즉 알영은 박혁거세의 아내이며 어머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내와 어머니의 위상이 혼재되는 사회는 모계사회와 부계사회가 혼재되는 사회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이런 과도기적 사회에서는 어머니와 아들이 결혼하는 모자혼, 아버지와 딸이 결혼하는 부녀혼, 형제 사이에 결혼하는 자매혼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입니다.
그렇다면 알영을 박혁거세의 어머니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삼국유사>입니다. 삼국유사에서 계정은 계룡이 사는 우물이고, 그 계룡에서 알영이 태어났는데 그 사람이 바로 처음으로 왕이 되었다는 것이 증거입니다. <삼국유사>의 이 부분만을 보면 신라의 최초 왕은 박혁거세가 아니라 알영인데요, 이런 모순 때문에 어떤 학자는 초왕생어계정初王生於鷄井‘이란 구절에서 ’왕王‘자를 ’후后‘자의 오기로 보기까지 합니다. 즉 박혁거세가 계정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의 왕후인 알영이 태어났다는 것이죠. 하지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는 박혁거세가 모두 나정 근처의 숲에 있던 알에서 태어났다고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일치합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신라의 최초의 건국시조인 박혁서세가 실은 알영이며, 그녀는 당시 모계사회의 여제사장이었을 것으로 주장하기도 합니다. 우리 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여왕을 세 명이나 모셨던 신라이니,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습니다.
알영이 태어났다는 계룡도 해석을 요하는 부분입니다. 계룡은 닭을 가리키는 계鷄와 용龍이 결합된 것이지, 닭처럼 생긴 이상한 용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죠. 동양의 설화에 등장하는 닭의 설화적 원형은 ‘세 발 달린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입니다. 삼족오는 흔히 태양에 사는 새로 묘사됩니다. 이것은 태양을 숭배하는 북방계통에서 나오는 천손강림설화의 원형입니다. 북방계에서 새는 태양의 상징, 천신족의 상징이며, 천신족은 북방계 유목족을 가리킵니다. 천신족이 숭상하는 닭은 암흑과 귀신을 물리치고 광명과 상서로움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닭은 곧 새벽이요, 태양이다. 닭이 음양오행설과 결합하면 주작朱雀이 되어 남쪽의 수호신이 됩니다.
용은 기본적으로 인도문화, 즉 남방문화의 상징입니다. 우리 문화에서 용의 원형은 거북(龜)이죠. ‘구지가’나 ‘해가사’를 보면 거북이 당시 신라나 가야 등에서 얼마나 숭배를 받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북은 남방문화가 강세를 띠면서 상상의 동물인 용으로 변화합니다. 용은 수신水神족과 농경족을 상징합니다.
계룡을 그렇게 본다면, 알영이 탄생할 당시의 사회상을 어렴풋이나마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단군신화에서는 곰족과 호랑이족이 등장하고, 알영신화에서는 닭족과 거북족이 등장합니다. 단군신화에서는 곰족이 호랑이족보다 우세하여 곰녀가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알영신화에서는 닭족보다 거북족의 힘이 더 셌다고 합니다. 그래서 닭은 열세이고 거북, 즉 용이 우세한 쪽으로 계룡족의 연합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알영에게는 남방계 농경사회의 모권적 요소와 북방계 유목사회의 부권적 요소가 혼합되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권적 요소가 강화되어 용이 닭을 대체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 이 해석은 옛날 어떤 책에서 내용을 노트에 옮긴 것인데, 지금 출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생각나면 출처를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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