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전쟁은 문명을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무서운 재앙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전쟁은 '싸우고 있는 집단들'에게 과학의 발전을 가져다 준답니다. 인류가 가장 잔인해지는 순간, 생존을 위해 과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게 되는 것이죠.
고대 서아시아의 히타이트 민족이 최초의 철제 무기로 수많은 문명을 제압한 뒤 철제 기술이 보급되어 오히려 이후 수많은 문명이 번영하게 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제국을 유지하고 정복전쟁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철기 제련을 연구하는 특수기관을 두기도 하였죠. 중국의 철기 제련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가장 전쟁이 많았던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서구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학의 성장기에는 십자군이라는 큰 전쟁과 전쟁 후 아시아와의 교역이 있었답니다. 나침반, 화약, 인쇄술 등 과학적 업적을 가장 많이 남긴 중국 송나라는 역사상 가장 침략을 많이 받은 중국 왕조였습니다.
그것은 근대의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답니다. 특히,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국가는 어떤 과학 기술도 필요하다면 수용했으니까요. 전쟁의 승리에 필요한 것은 과학 뿐... 그 과학이 도덕적인 것인지 윤리에 어긋나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윤리나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시기에 과학은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과학 만능주의는 너무나 위험하답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순식간에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교통혁명으로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준 비행기도 2차 대전이라는 전쟁의 덕을 보았답니다. 미국은 전쟁의 승리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춘 폭격기를 만들기 위해 백년도 더 걸릴 과학기술을 엄청난 투자로 몇 년만에 이루었어요. 2차대전 당시 일본은 이 고속 비행기를 추적하기 위한 레이더를 개발하는 데 많은 돈을 쏟아 부었는데, 그 결과 '마이크로파'를 개발했고 그것이 오늘날 주방의 필수품인 전자렌지의 핵심기술이 되었답니다.
또 컴퓨터 역시 2차 대전 당시 대포의 탄도 거리를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답니다. 삼각함수 아시죠? 대포의 사정 거리와 포탄이 날아가는 각도 등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초기의 컴퓨터는 어마어마한 크기였지만, 그 성능은 지금의 사무용 컴퓨터 1대 수준였죠.
그럼 인터넷은?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을 띄우자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의 핵공격에서 군사통신망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로그인(log in)' 이라는 메시지를 먼 거리로 전송하는 테스트를 했는데, 그것이 성공하면서 알파넷이라는 최초의 군사용 인터넷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스위스의 물리연구소에서 윌드와이드맵(www)으로 창안한 것이죠. 1992년 미국의 마크 앤드리슨이 윕브라우저라는 것을 발명해서 지금은 전세계인의 인터넷으로 발전한 것이랍니다.
또, 인터넷 이전의 통신수단이었던 무선 전파시스템도 전쟁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지금의 핸드폰에 이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 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초토화시켰던 원자폭탄의 개발은 인류가 원자력이라는 원료를 사용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또한, 일본과 독일에서 자행된 인간생체실험은 매우 끔찍했지만, 미생물분야와 의료분야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했지요. (물론, 전쟁을 통해 수많은 인간의 희생으로 이런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인간의 잔인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부끄러운 역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통조림도 전쟁의 산물이랍니다. 프랑스 혁명기, 나폴레옹은 유럽 전역에서 전쟁을 하다 보니, 이곳 저곳으로 이동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발명한 것이 프랑스 와인병을 밀봉해서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만든 전투식량, 즉 병조림이었죠. 프랑스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배를 타고 작전을 수행해도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이 없는 전투식량을 연구했는데, 그것이 바로 병조림보다 더 밀봉효과가 강한 통조림이었답니다. 결국 통조림은 나폴레옹의 작품을 섬나라인 영국에서 해상 식품으로 개발한 것이지요.
통조림과는 좀 다르지만, 징기스칸이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넓은 대륙을 점령할 때도 '보르츠'라는 말린 육포가 큰 힘을 발휘했답니다. 보르츠는 소의 생살을 말려서 건조시킨 뒤 잘게 빻아둔 것인데, 무게도 가볍고 영양가도 높아서 말을 타고 무한정 달리는 몽골 부대에게 아주 적합한 전투 식량이었죠. 오늘날 육포의 유래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그러나, 전쟁은 승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쟁을 통한 발전은 '인류를 위한 과학 발전'이라고 볼 수 없답니다. 사람을 잘 죽이기 위해 회전력이 강한 총탄을 만드는 것이 인간을 위한 과학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과학 발전과 인류의 발전을 구분해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정확한 포탄을 날리기 위해 일기예보를 연구해서 기상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적으로 우리가 그 혜택을 입은 것이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상학의 발전은 <전쟁이 가져다 준 혜택>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잊고 살아서는 안되겠지요. 목적과 수단, 결과를 모두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면, 훗날에도 끔찍한 전쟁이 끝나지 않을 거에요.
자 그럼 이번엔 전쟁이 끝난 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조된 제품들을 한번 볼까요?
먼저 사무용품인 <스템플러 stapler>는 세계 1차 대전과 상관이 있답니다. 세계 1차대전 때 벤자민 호치키스는 총 하나로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연발 기관총인 <호치키스 기관총>을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 버리자 마피아같은 조폭을 빼고는 총을 살 사람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호치키스는 기관총의 탄창처럼 침을 장전해서 종이를 찍는 기계를 대신 팔았답니다. 그것이 바로 널리 쓰이는 스템플러, 즉 <호치키스>라는 사무용품이었죠.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껌도 세계 2차 대전 중 식량난에 허덕이던 일본이 개발한 특허상품이랍니다. 원래 껌은 고대 마야족이 즐겨 씹었던 천연 치클이 그 유래입니다. 일본은 2차 대전 전쟁중 방탄 탱크에 사용할 수 있는 비닐 수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 식량이 너무 부족하자 전쟁용 초산비닐수지를 허기를 달랠 수 있게 씹을 수 있는 용도로 다시 개발하였고, 이후 화학약품처리를 해서 '플라스틱 초산비닐수지'로 만들어 오늘은 껌의 대중화를 이끌었답니다.
먹는 것 하나 더.... 2차 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에서 껌을 이용해서 먹는 것에 대한 불만을 해소했다면, 또 다른 패전국인 독일에서는 마실 것을 이용해서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했답니다. 그 음료수가 바로 '환타'라는 것이죠.
세계 2차대전 때 미국과 전쟁을 하던 독일은 적국인 미국에서 코카콜라의 원액을 공급받지 못했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불안한 전시 상황에서 콜라조차 먹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죠. 코카콜라 독일 지사장인 막스 카나트는 콜라를 대체할 음료수 개발을 지시했는데 이것이 바로 '환타'였답니다. 콜라를 먹지 못하는 미국의 적국들은 환타를 마시게 되었고, 환타는 세계 5대 탄산음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 세계 1차대전 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자 붕대를 만들 면이 부족했답니다. 이 때 <킴벌리> 라는 회사가 종이의 원료인 펄프로 셀루코튼이라는 대체 면을 개발했답니다. 이 면이 너무 흡수력이 좋고 부드러워서 부상자들에게 필수품이 되었죠.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문제가 생겼어요. 너무 많이 생산하다보니 엄청난 재고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던 거에요. 그런데, 전쟁 중 여성들이 이 인공면을 생리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바로 발상을 전환했답니다. 바로 생리대, 화장솜 등 세계최초의 여성용품으로 포장해서 판매하기 시작한거죠. 그리고 더 나아가 화장을 지우는 휴지로 팔았는데, 이게 바로 유명한 <크리넥스 티슈>라는 박스에서 한 장씩 뽑아쓰는 휴지랍니다.
또 하나.... 여성용품과는 좀 다른 개념이지만 여성들의 가슴 수술에 이용되는 실리콘. 이것은 원래 세계 2차대전 때 각종 유리제품이나 파손될 수 있는 무기를 포장하는 용도로 개발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실리콘 재고는 처리할 방법이 없었죠. 당시 전쟁의 패전국 일본은 나라가 망해서 수많은 여자들이 거리에 나와 성매매 업소에서 생활했답니다. 미군은 남아도는 실리콘을 일본 게이샤들의 가슴에 주입해서 성형으로 실리콘을 처분했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나서 전쟁후 미국에서도 실리콘 성형 수술이 시작된 거죠.
자 이렇게 전쟁이 낳은 수많은 과학기술과 물품들은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면서 이루어진 것들도 있고, 또 다른 것들은 전쟁 중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개발한 물품들도 있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수많은 과학의 혜택을 누리는 우리가 이 혜택만을 찬양하는 결과론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전쟁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과정'을 생각하면서 겸허하게 과학의 혜택을 누려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