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이강년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보내는 경고장
너희들이 아무리 오랑캐라지만 역시 추장과 졸개가 있고, 백성과 나라가 있고, 만국과 조약을 맺지 않느냐. 한 하늘 아래서 진실로 나라가 없다면 말할 것이 없지만 나라가 있다면 임금과 신하가 있으며 임금과 신하가 있다면 의를 주장하게 되는 것이니 의가 존재하는 곳에는 죽기 한하고 힘을 쓰는 것을 너희는 모르느냐. 우리 나라는 너희 나라와 국토가 가장 가까우니 서로 교제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통상과 교역으로써 족한 것이어늘 어찌하여 무기를 들고 군사를 거느리고 군중을 모아서 남의 국모를 시해하고 남의 임금을 욕보이고 남의 정부를 핍박하고 남의 재물과 권리를 빼앗고 남의 전해오는 풍속을 바꾸고 남의 예법을 어지럽히고 남의 강토를 차지하고 남의 백성을 살해하느냐. 또 이것만으로도 부족하여 읍, 촌에 불을 지르며 사람 죽이는 것으로 일을 삼으니, 마관조약 16개 항목 중에 이런 조항이 있느냐. 너희 나라 임금이 시켜서 그러는 것이냐, 우리 나라가 속국이 되기를 원해서 하는 것이냐. 만일 만국 조약에 의해서 하는 일이라면 다른 각국 공사관에는 이런 악한 일이 없는데 너희만이 혼자서 날뛰는 것은 웬일이며, 우리 정부에서 인장 찍어 허락한 것이라면 어찌하여 2, 3명의 대신이 엎드려 목숨을 바치며, 이역에 나가 죽은 이가 있겠으며, 너희 군장이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10만의 병력을 동원하여 한번 결사전을 하지 않는 것이 웬일이냐. 이 따위 짓을 너희 나라에 있어서는 반드시 제 임금을 속인 형벌을 받아야 할 것이요, 세계만국에 있어서는 반드시 조약을 어긴 성토를 받아야 할 것이요,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반드시 불공대천의 원수가 될 것이다. 너는 반드시 제5적, 7적 이완용, 송병준 같은 놈의 한 짓을 구실로 삼을 것이나 이것은 또 그렇지 않다. 남의 나라 역적을 두호하는 자는 원래 죄책이 있는 것이어늘 더구나 남의 신하를 유인하고 남의 군정을 어지럽히고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있어서랴. 한나라의 왕망, 조조나 송나라의 진회, 왕윤이 역적이 아닌 바 아니지만 금나라 오랑캐가 송나라를 우롱한 죄는 그보다 더욱 심한 것이다. 우리들은 군신간의 큰 의리로나 충성과 반역의 큰 한계로 보아 적개심을 찾을 수가 없어 한 마디로 불러일으키매 8도가 모두 호응하니 공으로나 사로나 백전백승의 계책이 서 있고 화가 되건 복이 되건 한결같이 지키고 한결같이 죽음이 있을 뿐이다. 바다를 두르고 산을 연결하여 총과 칼이 유달리 날카로워서 너와 나의 싸우는 곳에는 비린 피가 내를 이룬다. 만일 시일이 더 지나간다면 한 놈도 돌아가지 못할 것이니 너희는 잘 생각하여 후회가 없게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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