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장 임병찬이 총독 데라우치에게 보내는 글
옛말에 덕을 넓힘에 힘쓰는 자가 왕자가 되고 땅을 넓히는 데 힘쓰는 자가 멸망한다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건대 모든 폐해는 모두 한국을 병합하였기 때문입니다. 첫째, 부역이 너무 많고 과중하여 백성의 피폐함이 극도에 이르렀고 한국행정사업 등의 비용으로 매년 엄청난 금액을 소모하니 이는 이미 드러난 폐해입니다. 둘째, 열강들은 일본이 팽창함을 보고 세력을 고르게 하려 생각하니 외교를 하기 어렵게 되는 소이입니다. 이는 병탄의 허명을 무릅쓰고 사실상 막대한 화를 입는 것입니다. 어떤 자들은 말하기를 한국민은 이미 동화하였다 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기쁘게 복종한 자는 몇백 명을 넘지 못했으며, 이들은 모두 간사로운 자들이며 백성들이 원수처럼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그 외에 2천만 국민은 모두 울분을 품고 있으며 이는 다름이 아니라 우리 한국이 윤리의 근원에 밝고 효제충신한 행실을 닦았으며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은 골수에 깊이 들어 결코 무력으로 굴복시키거나 화복으로 두렵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각하는 재화로써 농락하려고 하여 많은 돈을 다 써서 몇몇 백성의 적의 배를 불리웠습니다. 백성들의 마음은 더욱더 불행이 가득 차게 되고 형벌로써 억제하려고 하나 일인과 한인 사이에 죄는 같으나 벌이 달라서 사람의 마음은 더욱더 복종치 않게 되었습니다. 각하는 이러한 정책으로 오랫동안 한국을 점유하려고 하니 이는 문에 들어가고자 하면서 그 문을 닫는 거와 다름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건대 각하는 비록 한국을 병합함이 잘못된 일인 줄 알지만 이미 결정이 나 공포되었고 이미 열국에 성명한 바라 지금 홀연히 돌려주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들으면 위신이 깎이울까 두려워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성인이 말하기를 군자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사람들이 다 봅니다. 그것이 다시 보일 때는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봅니다. 지금 만일 허물을 바꾸어 덕을 행하면 천하의 후인들로 하여금 모두 각하가 허물을 고침에 인색치 않았다고 우러러볼 것인데 어찌 꺼리고 행하지 않습니까? 우리 한국은 최근에 간신이 권력을 희롱하여 정명이 행해지지 않아 병합을 당함에 이르렀으니 죄는 사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요, 남에게 허물을 돌릴 수 없습니다. 일본의 행위 또한 타당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청일전쟁의 선전문서와 마관의 강화조약에서 명백히 대한의 독립을 보존해서 당당히 의롭게 일어났으니 천하 사람들이 다시 보지 않는 사람이 없었고 우리 나라 사람은 고대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만약 민중들에게 소리치는 자가 있어서 말하기를 일본이 한국을 돌려주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하고 말하면 동서양 어떤 사람들 막론하고 반드시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이로써 논해보건대 인심은 천심이니 이는 하늘의 뜻에 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천의로써 헤아려보고 인사로써 따져보건대 만약 한국을 돌려주고 정족지세로 서서히 천하에 대의를 펴고 동아의 백성들을 보전하면 일본의 광명이 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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