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 어떻게 보면 정말 혁신적인 사전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위키백과’로 잘 알려진 사전인데요, 검색하면 포털에서도 서비스해주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이용해보셨을 겁니다. 블로그의 지식이 상호소통적인 지식이었다면, 위키피디아의 지식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보안되는 지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써가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선 지식을 집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질이 올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들이 위키백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역시 ‘마이너한’ 분야에 대해서는 그다지 미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과제를 위해 ‘몽골’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일단 한국 위키피디아입니다. 몽골의 역사에 대해 비교해봅시다. 지식의 질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만, 세세하거나 전문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습니다. 중간중간에 역사가 몇 백년씩이나 공백인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유라시아의 역사가 마이너한 분야라고는 하지만, 약간 서글퍼지기 시작합니다.
다음은 일본 위키피디아입니다. 몽골국(モンゴル國)과 몽골(モンゴル)로 검색했을 때의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데 몽골국으로 검색했을 때의 역사는 몽골의 근현대사에 관련된 내용입니다. 주로 20세기에 관련된 내용인데, 연도 별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1917년 이후로는 공산화하는 내용이군요. 몽골로 검색했을 때는 칭기스칸 이전의 몽골, 몽골제국의 형성, 몽골제국 이후의 몽골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흔히 개설적인 내용인데, 여튼 한국 보다 그 정보의 양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실망스러웠던 것이, 몽골이나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일본의 연구는 놀라운 것임에도 그것이 그대로 위키피디아에 나타나지 않아 안타까웠다고나 할까요.
몽골 위키피디아입니다. 자국(自國)의 역사인만큼 한국, 일본 보다 양은 많습니다. 근데 제가 몽골어를 할 줄 몰라서(...) 그 내용의 질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숨을 짓게 만드는 영문 위키피디아입니다. 오히려 몽골 자국의 정보보다 영문 위키피디아의 정보가 훨씬 많습니다(....). 고대사(Early history)가, 어떻게 보면 일본의 ‘칭기스칸 이전의 몽골’과 비교되는데, 일본보다 더 앞서 흉노부터 서술을 시작합니다. 반면 일본은 몽골(혹은 몽고蒙古) 그 자체에 대한 서술을 중시하여 작은 부족이었을 때부터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몽골제국 이후의 내용은 티벳 불교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것입니다. 일본은 지나치게 몽골초원 위주 오이라트, 타타르 등을 중점으로 설명하였으나, 영문 같은 경우에는 티벳 불교를 받아들인 과정에 대해서까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티벳 불교는 현재까지 폭넓게 몽골인들이 믿는 종교로, 몽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군요. 몽골 위키피디아와 유사하다고 여겨지는 이후로는 독립과정과 민주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독립과정과 공산화에 대한 것만 보면 오히려 일문 위키피디아가 더 상세하더군요.
물론 이는 특정하고 아주 ‘마이너’한 분야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분명 다른 언어의 위키피디아 보다 훌륭합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훌륭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보의 장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여 정보를 열람합니다. 이러한 특성상 검색어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각 나라들의 관심과 연구 성과가 더더욱 여실히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중앙 유라시아에 관련된 정보는 극히 적은 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상황에도 실크로드. 몽골 및 유라시아에 관련된 책이 지금 쏟아져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히 놀라울 따름입니다.
예전에 뉴스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의 정보격차가 크다.'라는 기사를 접한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용하는 사람끼리도 이렇게 큰 정보격차가 나는 줄 미쳐몰랐습니다.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국내에선 외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할 줄 모르는 사람의 격차가, 국제적으로 볼 때는 각 나라 별로 정보격차가 존재함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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