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사료 모음
5. 16을 비판한다. (1964. 한일굴욕회담반대 대학생 총연합회)
'5,16을 비판한다' 지금부터 3년전 1961년 5월 16일 새벽 총성과 함께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일군의 청년장교들에게 장악되었다. 그들은 전국 방방곡곡에 '혁명'을 공문으로 시달하고, 온갖 화려한 형용사로 된 혁명공약, 갖은 환상을 나열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비롯한 각종 계획을 발표하고, 모든 사회정의와 민족정기를 혼자 독점하면서 '세대교체' '체질개선' '재건' '인간개조' '민족적 주체성' ' 민족적 민주주의'등 온갖 고귀한 말을 남발했다. 그리고 군사혁명정부와 그의 정책에는 한 마디의 비판도 용서하지 않는 철저한 장막을 쳤다. 그로부터 3년, 무비판의 뒷장막에서 온갖 화려한 계획과 공약 뒤에 도사리고 중앙정보부를 비롯한 권력기관의모골이 송연한 공포정치와 수도방위사령부 등의 총칼의 보호를 받으면서 너무나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고, 역사적 퇴보를 이 나라 민족사에 강요하였다. 수많은 아름다운 약속을 해온지 3년, 5월 군사혁명 장교의 정부는 약속한 것 중의 어느 하나도 이룬 것이 없으며, 약속의 정반대의 것은 어느 것 하나 빼지 않고 너무나 엄청나게 저질러 놓았다. 이제 그들의 놀라운 범죄사를 그들의 혁명공약 6개 항목에 따라 들추어보자. 1. 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세를 재정비 강화한다고 했다. 그들은 반공의 미명을 빙자하여 천여 명의 민족적 양심세력을 용공분자로 몰아 옥석의 구별도 주저도 없이 서대문감옥으로 인도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권력이 사상적으로 의심받자 야당은 이승만식의 매카시적 수법을 쓴다고 통박하였던 그들이 어린 학생들에게 붉은 삐라가 든 소포를 날려 보내고 공산당으로 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도 한마디 해명도 못하고 있다. 괴소포를 보낸자는 누구이고 이를 잡아내지 못하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누가 과연 매카시의 수제자이고 이승만식의 신경질적 관제 날조적 반공을 정책의 상투수단으로 하고 있는가. 더욱이 그들은 반공의 최대무기인 자유의 가치를 무시했으며 공산주의의 온상인 빈곤을 이 땅 곳곳에 확대해놓았다. 이것이 그들이 만든 반공태세의 재정비요, 강화다. 2. "유엔 헌장을 준수하고 국제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미군을 위시한 자유우방의 유대를 강화한다." 그들은 이제 '적극외교', '대국적', '심리적', 외교를 표방하면서 우방(?) 일본과의 찰떡같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일본과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을 일본의 쇠사슬에 꼭 묶으려는 한일굴욕회담을 강행하고 있다. 3. "이 나라 사회의 모든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퇴폐한 국민도의와 민족 정기를 다시 바로잡기 위하여 청신한 기풍을 진작시킨다." 하루아침에 고관대작, 대기업의 사장이 된 청년 장교들은 그들의 왕성한 정력에 비례하는 무한한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산같이 쌓인 '구악'위에 더욱 크고 더욱 악취나는 '신악'을 만들었다. 사직공원 불하를 비롯한 부정, 부패, 독직사건을 보라! 또한 그들은 혁명동지간의 피나는 권력투쟁 끝에 혹은 서대문감옥으로 혹은 외국으로 쫓겨나고, 그들의 사랑하는 꽃 '사쿠라'는 정치인, 학원, 이 민족 모두를 세대, 출신, 신과 구 등으로 분열시켜놓았다. 학원 사찰과 분열공작은 가장 악랄한 예이며워커힐은 국제적 퇴폐주의의 물결을 한강에 넘실거리게 하는 국민도의, 민족정기 진작의 표본이다. 4.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국가자주경제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그들의 온갖 계획과 약속이 있은 지 어언 3년, 물가는 70%가 올랐고 국민소득은 세계 최하위 40불이 되었다. 민생은 기아선상에서부터 아사-굶어죽을 지경이 되었다. 물가고, 실업, 기아임금을 농민, 노동자, 소시민에게 강요하면서 이들 전체 국민의 피눈물 위에 소수 반민족적 매판성 악덕재벌과 벼락감투의 배를 불렸다. 5. "국토통일을 완수할 실력을 배양한다." 그들이 배양한 실력은 기만과 부정과 부패의 천재적인 교활한 실력밖에 없다. 6. "이와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에 복귀한다." 이처럼 철저한 거짓말은 역사상 있은 적이 없다. 그들은 처음부터 혁명공약을 성취할 이념도 능력도 노력도 없었으니 성취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전국민의 비웃음 속에 '참신하고 야심적인 정치인'이 되었다. 1961년 5월 16일, 8월 12일, 1963년 2월 18일, 2월 27일, 3월 26일, 4월 8일의 이른바 수많은 '번의'와 표번을 보라. 정치를 예술이라 하지만 이보다 더한 곡예를 본 일이 있는가.화폐개혁, 환율개정, 농촌 고리채 정리 등 졸렬 부정견한 경제정책, 새나라, 빠찡코, 오토바이, 교포재산 반입, 증권파동 등 갖가지 부정사건으로 총파탄에 이르는 국민경제를 일본 자본주의자의 더러운 손에 주무르려 발악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자의 더러운 배설물로 한국경제가 자립된다는 거짓말을 강변하고 있다. 이제 5월 쿠데타 정부는 자기 내부에서 자기 혁명을 가능케 했던 - 부패, 무능, 독선, 부정 등 온갖 독소가 터질 때를 기다리며 화농해 있다. 반민족적 탄압, 기만, 부정, 무능, 부패 정부에 양심적인 국민은 무엇을 선사할 것인가. 1964년 5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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