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1965.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교수 성명서


한국 현대사 사료 모음

1965. 한일국교정상화 반대 교수 성명서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엄연한 국민이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언제나 자유로이 비판하는 권리를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의 비등하는 여론을 최루탄과 경찰봉에 의한 폭압 및 가식에 찬 선전으로 봉쇄하는 한편 일본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초조와 애걸로써 굴욕적인 협정에 조인하고 말았다.

우리 교수 일동은 한일협정의 내용을 신중히 분석한 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것이 우리의 민족적 자주성과 국가적 이익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뿐더러 장차 심히 우려할 사태가 전개될 것이 예견되므로 이에 그 비준의 반대를 선언한다.

첫째로, 기본조약은 과거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합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우리 주권의 약화 및 제반협정의 불평등과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 굴욕적인 전제를 인정해 놓았다.

둘째로, 청구권은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재산상의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 못되고 무상제공 또는 경제협정일하는 미명하에 경제적 시혜로 가식하였으며, 일본자본의 경제적 지배를 위한 소지를 마련해 주었다.

셋째로, 어업협정은 허다한 국제적 관례와 선례에 비추어 의당히 정당화되는 평화선을 포기함으로써 우리 어민의 생존권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한국 어업을 일본 어업자본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넷째로,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에 관한 제규정은 종래의 식민주의적 처우를 청산시키기는커녕 징병, 용병 등 일본군국주의의 강제노력동원 등에 의해 야기된 제결과를 피해자(재일교포)에게 전가시킴으로써 비인도적 배신을 자행했다.

다섯째, 강탈 또는 절취로 불법 반출해간 문화재의 반환에 있어서 정부는 과장적 나열에 그친 무실한 품목만을 인도받음으로써 마땅히 요구할 귀중한 품목의 반환을 자진 포기한 결과가 되었다.

정부는 이 모든 희생을 무릅쓰는 이유가 일본과 제휴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는데 있다고 주장, 미국 역시 이를 뒷받침하여왔다. 그러나 일본측은 여전히 한일국교정상화가 반공을 위한 조치는 결코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니, 굴욕외교의 명분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맹렬히 반대하는 한일협정의 비준을 정부가 그대로 강행하는 경우에는 한국을 위해서는 물론, 올바른 한일국교 정상화를 위해서나 전통적인 한일간의 우호관계를 위해서나 불행한 결과만을 가져오리라고 우리는 단정한다.

이상의 모든 점을 고려한 끝에 우리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당파적 이해를 초월하여 이 치욕적인 불평등협정을 거부하라.

둘째, 정부는 그동안의 애국학생들에 대한 비인도적 만행을 사과하고 구속학생들을 즉각 석방하라.

1965년 7월 12일

교수 367명 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