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역사 사이 : 이야기 기독교사 (3)
수메르 신화와 서아시아의 상황
- 신화로 알 수 있는 것들... 원래 신화란 단어는 두 단어가 있답니다. Mythology도 신화이고, Theology도 신화란 단어입니다. 그런데, 두 단어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Mythology는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알고 그 신들을 만들어낸 인간들이 무슨 목적을 가졌는지를 알아보는데 중점을 둔답니다. 즉, 우리나라 단군신화에서 곰과 호랑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생각한 신의 이미지는 무엇이고, 그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었고, 단군이 펼치려는 세상이 무엇인지를 알아본다면 그것이 바로 Mythology라는 신화를 뜻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Theology라는 단어는 조금 의미가 다르답니다. 이 단어는 신화를 이해하고 이야기로 구성하기 보다는 <신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신이 인간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밝히려고 한답니다. 즉, 인간의 관점에서 보는 신화가 아니라 신의 관점에서 보는 신화를 말합니다. 그래서 Theology라는 단어는 신화라는 뜻과 함께 <신학>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 한번 대입해 볼까요? 우리가 이야기 하려는 수메르 신화는 신화를 통해서 최초의 문명을 살았던 서아시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이것아 바로 신화 이야기인 Mythology인 것이죠. 하지만, 나중에 중점적으로 다룰 그리스도교에 대한 이야기는 <신의 섭리>가 무엇인지를 찾고, 신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맞춰서 <신에게 은총을 받을 것인지>를 추구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신의 이야기를 찾는 신화, 즉 Theology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Theology는 신의 섭리에 맞춘 인간의 행동양식이기 때문에, 인간 개개인의 행동이나 생각을 역사적으로 구성할 경우, 반종교적인 이야기로 흐를 수가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중세시대에 <인간을 기준>으로 했던 Theology 이야기는 대부분 이단으로 취급받곤 했습니다. 자, 하지만 당분간 여기서는 Mythology 이야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 걱정거리는 없답니다. 그럼 간단하게 수메르 신화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요? 먼저, 지난 시간에 보았던 신들의 계보 사진을 더블 클릭해서 크게 한번 펼쳐보세요.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으로 크게 볼 수 있답니다.) 자, 일단 주신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겠죠? 하늘의 신과 땅의 신이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는답니다. 일단 하늘과 땅이 이들에게는 세상의 중심이네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신인 안에게는 또다른 부인이 있습니다. 바로 지하수의 신인 남무입니다. 자, 수메르인들은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두 강의 범람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습니다. 강 근처의 도시국가가 아니라면, 가뭄에 의해서 물이 고갈되는 것이 가장 무서웠겠죠. 따라서 지하수의 신은 하늘의 신과 땅의 신 못지 않은 존재입니다. 일부 점토판에서는 지하수의 신이 하늘의 신의 어머니라고 표현되기도 한다는군요. 하늘과 땅의 신이 만나서 낳은 자식은? 바람의 신인 엔릴이랍니다. 대지와 지하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바람이었겠죠. 특이하게도 당시 강력한 도시국가인 키쉬가 산자락에 있었기 때문에 산기슭의 신 역시 엔릴과 같은 서열로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신은 지하수의 신인 엔키랍니다. 엔키는 인간의 창조주로서 인간사에 관심이 많았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많은 신들을 출생시킨 장본인이죠. 샤먼의 신을 낳기도 했고, 양치기와 포도주의 신을 낳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양치기와 포도주의 신은 왜 나왔을까요? 당시 서아시아에서 중요한 물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정답>이니까요. 초창기 문명사회에서 유목이 매우 중요했고, 포도 재배가 중요한 일이었다는 것을 신화가 보여주고 있답니다. 그 외에 농경과 목축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신들이 대부분 나옵니다. 태양과 달의 신, 전쟁과 죽음의 신 등이 있죠. 특히 태양신은 정의를 상징하고, 달의 신은 사랑과 질투를 상징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신교에서는 태양이 광명을, 달은 미와 질투를 상징합니다. 그리스 신화를 예로 들면 태양신 아폴로는 정의감이 넘치고, 달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미의 상징입니다. 학자들은 수메르 신화가 그리스 신화에 많은 영향을 준 점을 감안하면 아예 연관이 없지는 않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양과 달에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연관성을 확실히 따져야 할 것 같습니다. 1. 지하수의 신 엔키와 대홍수 이야기 수메르 신화가 나온 기원전 3000년경은 히브리 시대로 계산하면 아직 아브라함(기원전 2040년)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이며, 최초의 인류인 아담이 등장하는 전후 무렵의 시대입니다. 점토판에 새겨진 이 신화의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답니다. 하늘의 신 안과 땅의 신 키와의 사이에 엔릴과 닌후르쌍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안은 지하수의 신 남무와의 사이에서도 엔키라는 지혜의 신을 낳았습니다. 원래 세상에는 인간이 없고 신들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힘없는 신들은 먹고 살기 위해 직접 일을 해야 했고, 아눈아키라고 불린 큰 신들은 작은 신들을 감시하면서 일을 부려먹었답니다. 그럼 이 힘없고 빽없는 신들이 한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범람한 뒤 쌓인 진흙들을 파내고, 비옥한 토지로 바꾼뒤 열심히 농사를 짓는 일이었죠. 이렇게 되자 작은 신들은 지하수의 신인 남무가 낳은 엔키를 욕하기 시작했답니다. 물과 지하수를 담당하는 남무와 엔키 때문에 힘없는 신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한 것이죠. 어느 날부터 작은 신들은 금속기로 만든 연장들과 진흙을 담는 바구니를 버리고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늘나라 최초의 노사갈등이 시작된거죠. 그러자 엔키는 어머니 남무와 상의해서 신들의 일을 대신할 노예들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엔키는 흙을 빚어서 출산의 여신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파업을 주도한 웨일라를 잡아죽여서 그의 피를 흙과 섞어서 출산의 여신들의 힘으로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신들은 모두 기뻐했고, 엔키는 창조자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간이라는 존재는 열심히 농사를 짓고 강의 범람을 막은 뒤 그 수확물을 신들에게 바쳐야 했답니다. 인간세상은 신관이라는 무당이 존재했고, 신관, 즉 왕(족장)은 신들에게 충성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은 점차 숫자가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만들었고, 신이 배급해주는 곡식을 먹으며 살았답니다. 하지만, 인간들도 옛날 작은 신들처럼 노동에 불만을 갖게 되었습니다. 노동은 인간이 하는데 그 수확물을 다 빼앗기는 것이 억울했던 것이지요. 그 때, 하늘의 최고신은 안의 장자인 바람의 신 엔릴이었는데, 엔릴은 큰 비바람을 일으켜서 홍수로서 인간을 멸망시키기로 작정합니다. 그러자 엔키는 자신이 창조한 인간들을 살려주기로 생각했답니다. 그는 신관인 <짜라투스트라>의 꿈에 나타나서 큰 배를 만들어서 동물들과 식물들의 씨앗을 태우도록 지시했습니다. 이후 일주일간의 대홍수가 있었고, 신관은 살아남았습니다. 엔키는 충실한 신의 노예인 짜라투스트라를 살려줄 것을 엔릴에게 부탁했고, 그 부탁이 받아들여지면서 다시 지상에 인간들이 채워지게 됩니다. 구약에서 큰 사건으로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사실 당시 서아시아 뿐 아니라 강을 배경으로 등장한 문명들에서는 단골로 나오는 신화입니다. 특히 수메르나 바빌로니아와 같은 지역에서 홍수 이야기가 큰 사건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지역의 강의 범람이 주기적이지 않고 두 강이 존재함으로서 가뭄과 홍수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아시아 지역의 홍수 신화와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태운 동물과 식물, 제물을 바치는 내용까지 대부분 일치합니다. 그러나 홍수 신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신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구약에서의 홍수 신화가 수메르 신화에서 100% 가져온 것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2. 저승으로 건너간 신의 이야기 홍수로 인간세상을 없애려고 했던 바람의 신 엔릴은 그의 아내 닌릴을 차지하기 위해서 저승의 신들을 만들었답니다. 원래 릴(lil)은 바람이란 뜻으로 엔릴과 닌릴은 모두 바람의 신입니다.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바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엔릴과 그의 부인은 '같은 대상'에게 바람을 피웠던 신이기도 합니다. 엔릴은 닌릴을 차지하기 위해서 강에 배를 띄우고 닌릴을 태운뒤 강제로 그녀를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신이 바로 달의 신인 난나입니다. 신들의 회의에 참석한 50명의 아눈아키라는 큰 신들은, 엔릴의 성범죄 사실에 분노하여 그를 도시에서 추방했답니다. 다른 지역의 신화와는 다르게 수메르 신화에서는 성범죄만큼은 단호하게 처벌했습니다. 엔릴은 추방되자 닌릴은 엔릴을 쫒아갔습니다. 그러자 엔릴은 성문지기로 변장한 뒤 닌릴을 유혹했고, 닌릴은 엔릴에게 복수한다는 마음으로 성문지기와 잠을 자게 됩니다. 그 후 엔릴은 나룻배 사공으로, 산지기로 변장해서 닌릴을 만났는데, 닌릴은 엔릴에게 복수하려고 또 이들과도 동침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태어난 세 명의 아이는 아버지의 신성을 부여받았지만, 아버지의 처지 때문에 저승으로 내려가 지하의 신이 되었습니다. 엔릴이 낳은 첫째 아들인 난나는 엔릴이 추방당했던 이유로 태어난 아들이었는데, 그에게는 사랑과 질투의 화신인 닌안나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닌안나는 인간 영웅인 길가메쉬를 유혹하려다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리스 신하에서 헤라클라스가 헤라여신의 미움을 받아 고생을 하듯이, 질투의 여신인 닌안나는 길가메쉬를 고통 속에서 죽이려고 했답니다. 그래서 닌안나는 형부였던 구갈안나라는 황소를 보내서 길가메쉬를 죽이려고 했지만 오히려 형부가 죽고 말았습니다. 닌안나는 미안한 마음에 형부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저승으로 찾아갑니다. 그러나 사랑의 여신이었던 닌안나는 저승을 갈 때도 화사하고 생기넘치는 옷차림으로 갔던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수메르인들은 누구나 죽음앞에서는 겸손하고 작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난안나가 저승에 화려한 복장을 하고 신의 권위를 앞세워 저승 앞에서 무례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이자 저승의 여주인은 화가 나서 재판 후에 닌안나를 죽여 버렸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엔키는 사람을 보내어 생명수를 뿌려서 닌안나의 혼을 되살렸으나, 저승의 주인은 닌안나를 대신할 자를 저승에 두어야 닌안나를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닌안나는 자신의 죽음도 모르고 화려한 치장을 한채 살고 있었던 남편인 양치기 두무지를 저승사자에게 내주었습니다. 두무지는 놀라서 도망갔고, 두무지의 누이인 포도주의 여신 게쉬틴안나가 두무지를 숨겨주었습니다. 그러자 결국 둘다 들켜서 두무지와 게쉬틴안나는 각각 반년씩 돌아가면서 저승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아시아에서는 여름에는 양조장 일을 하면서 포도주를 저장하고, 여름인 건조기가 아닌 계절에 양을 몰고 들판에 나서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당시 수메르인의 생활을 엿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죽음에 관련된 신화가 아시아의 일본부터 서아시아의 그리스까지 골고루 각색되서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신들끼리 결혼하다는 근친결혼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수메르의 영향이 아니라 고대 사람들의 결혼관이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여신을 구하기 위해 저승으로 넘어가서 고생한다는 설화는 그 스토리가 매우 비슷한 형태로 각국에 남아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저승으로 넘어가서 여인의 혼을 지상으로 되찾아온다는 설정 에다가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설정이 첨가되었습니다. 일본 신화에서는 똑같은 스토리에서 뒤를 돌아보자 이자노미 여신이 아자나기 신에게 저주를 퍼붓는 설정이 추가 됩니다. 특히 일본 신화에서는 여신이 뒤를 돌아본 남편 신을 저주하기 위해 지상의 사람들을 매년 저승으로 끌고가는 데,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으로 표현합니다. 반면 남편신은 부인이 데려간 수만큼 새로운 생명을 지상에 태어나게 하는데 이것이 곧 탄생이라는 신화로 연결됩니다. 이 죽음과 탄생의 신화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해 이들의 손자가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들을 다스리는데, 이것이 일본 신화에서 말하는 천손강림이자, 천황의 탄생입니다. 이렇듯 신화 즉, Mythology는 당시 사회상과 사람들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답니다. 수메르의 신화에서는 이렇게 인간과 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관념이 들어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서 훗날 유대교가 등장하는데, 그 종교는 수메르나 다른 지역의 신화와 달리 여러 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일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유대교의 신화는 단순히 수메르의 신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당시 유대인들의 상황과 구원에 대한 믿음을 표현하기 위해 거의 새롭게 재편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유일신에 대한 관념과 유대인들만을 구원한다는 선민사상을 대놓고 기록한 것은 기존 종교와는 완전히 다른 혁명적인 것이었으니까요. 자 그럼, 수메르의 신들에 대해서는 이만 마무리하고, 수메르에서 등장한 영웅 설화를 한편 이야기 해볼까요? 다음 이야기는 당시 수메르인들이 생각한 영웅의 모습인 길가메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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