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를 위한 역사심리학 (1)
자기주도적 학습도 역사가 있을까?
이 이야기 시리즈는 역사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역사에 관련된 각종 심리학 및 학습지능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끝마무리는 다시 역사학습법으로 귀결된답니다. |
1. 그놈의 자기주도학습.... 그게 뭐길래?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교육 전반에 휘몰아치고 있네요. 학습지 광고에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이라고 붙고, 고등학교 입시 전형에도 '자기주도학습 전형' 이니 뭐니 말이 많고.... 자기주도학습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라는 말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스스로' 라는 것은 공부의 모든 영역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는 뜻이지요. 위에 그림에서도 보듯이 자기주도학습의 사이클은 매우 간단합니다. 스스로 공부 목표를 세우고 계획합니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공부 방법을 찾아서 활용해봅니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 결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해보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스스로' 했던 모든 과정들을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그 기록들이 바로 '포트폴리오'가 되는 것이지요. 요즘 또 포트폴리오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초등학생들도 기록남기기에 몰두하고 있죠? 즉, 자기주도학습이 뭐냐고 뭘어보면, 초등학교 5학년들도 쉽게 답을 하더군요. '스스로 공부하는 거잖아요?' 라구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선생님이나 교육 심리학 교수님, 교육사회학 교수님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자기주도학습이 뭔지는 전 국민이 다 알거든요. 지금의 어른들도 학교 다닐 때, 다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이 있었답니다. 얼굴에 대한 영어 단어가 안 외워지면, 연습장에 얼굴을 그린 뒤 하나 하나 얼굴을 짚어가면서 눈, 코, 입, 귀 같은 단어를 외우기도 했었죠? 역사 시험을 보기 위해 왕의 이름을 앞 글자만 따서 외우기도 했고, 토지 제도를 쿵쿵따로 외우기도 했답니다. 기억나세요? 토지제도 외우는 방법이요. 이거 외울 때, 항상 앞단어의 마지막 글자가 뒷단어의 첫 단어가 되었죠? <관료전 - 전시과 - 과전법> 처럼요. 왜 토지제도의 이름이 그렇게 꼭 앞단어 뒷단어가 연결되는지는 몰랐지만, 아무튼 우리는 나름대로의 공부 전략을 사용해서 답을 맞추곤 했답니다. 제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할 때 학부모님들은 항상 두가지 이야기를 하신답니다. 이렇게 좋은 강의가 20년 전에만 있었어도 나는 공부를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알았을텐데.... 라고 말씀하시는 게 하나! 두 번째는 사실 이런 방법을 내가 몰랐던 것도 아니고, 몇가지는 저도 학교다닐때 써보았던 방법이네요. 그런데, 미쳐 여유가 없어서 해볼 틈이 없었어요. 라는 말씀이 하나죠. 그렇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너무나 일반적이고, 어떻게 보면 '당연히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 것' 인 학습법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한번도 그 당연한 공부방법을 적용한 교육정책이 없었고, 최근에 와서야 '자기주도학습'이 대단한 것인것처럼 과대 광고를 해대고 있어요. 이미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나라들.... 일명 '덴마크식 공부법', '핀란드식 공부법' 등을 하고 있는 나라에서 보면 얼마나 웃기고 기가 찰 노릇일까요? 하지만 우리는 정작 일제식 교육정책을 반세기 넘게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그 대표적인 잔재가 바로 우리가 어렸을 때 공부했던 <맨투맨>이라는 영어 학습서였죠. 맨투맨 기본영어 1장에 숙어편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 숙어를 10번 말하고 10번 쓰고 완전히 자기것이 되도록 외우세요. 이 정도 단어와 숙어를 못 외우겠다면 영어를 포기하세요. 이 정도의 끈기도 없이 영어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정말, 우리가 공부했던 이 책.... 기가 차고 코가 차고 울분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맨투맨을 만드신 장** 박사님이 일제시대를 사신 분이라서 그러신지, 일본의 군국주의 교육법을 그대로 한국 사회에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랍니다. 인내하고 참는다는 '정서'는 영어 단어를 외울 때 쓰는 용어가 아니랍니다. 끈기와 인내력은 더 효율적이면서 대인관계까지 고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키울 수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인내해야 할 때와 '효율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것을 전혀 구분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맨투맨 시대의 불행한 희생양이 바로 지금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 이상의 세대였죠. 다음 장에서 한국 교육의 역사, 특히 자기주도학습의 역사를 간략히 짚어보고 넘어가겠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살아있었답니다. 자, 그럼 이제 묻겠습니다. 21세기 화두가 된 자기주도학습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라는데, 그럼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요? 한마디로 말하면, 이제 '스스로' 공부하는 시대가 왔다고 하는데, 그 시대적 철학은 무엇인가요? 다음 장에서는 그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도록 해보죠. |
자료 참조 : 자기주도학습 <큰사람연구소> http://imentoss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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