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삼국사기의 신라에 대한 역사 인식

 

삼국사기의 역사인식

신라왕으로서 거서간이라 칭한 이가 한 사람, 차차웅이라 칭한 이가 한 사람, 이사금이라 칭한 이가 열여섯 사람, 마립간이라 칭한 이가 네 사람이었다. 신리 말 이름난 유학자 최치원이 지은 <제왕연대력>에서는 모두를 왕이라 칭하고 거서간 등의 칭호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혹시 그 말이 촌스러워서일까? <좌전>과 <한서>는 중국 역사책인데도 초나라말인 곡오도, 흉노말인 탱리고도 등을 그대로 보존하였다. 지금 신라의 사실을 기록할 때 방언을 그대로 쓰는 것은 마땅하다.

- 삼국사기 권 4, 신라본기 4, 지증마립간 -

지금의 학사, 대부들은 5경과 제자의 글, 진한 역대 역사에는 두루 통하여 상세히 말하는 자가 있어도 우리나라 일에 대하여는 도리어 처음과 끝을 까마득히 알지 못하니 한탄스러운 일이다. 신라씨, 고구려씨, 백제씨가 나라를 열어 대치하였으나, 중국에 예절을 갖추어 통하였으므로 범엽의 <한서>, 송기의 <당서>에는 모두 삼국의 열전이 있으나, 중국의 국내 기사는 상세히 서술하고, 외국 기사는 소력하게 서술하였으므로 우리나라 기사는 상세하지 않다. 또한 기에 대한 옛 기록은 표현이 거칠고 졸렬하며, 사건 기록이 빠진 것이 있으므로, 군주와 왕비의 착하고 악함, 신하의 충성됨과 사특함, 나라일의 안전함과 위태로움, 백성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을 모두 펴서 드러내어 권하거나 징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세 가지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얻어 일관된 역사를 이루어 만대에 전하여 빛내기를 해와 별처럼 하고자 한다.

- 동인지문사육 권 10, 진삼국사기표 -

참고글 : 삼국시대의 주요 사서인 삼국사기가 취한 역사적 인식의 입장입니다. 보통 삼국사기 하면 김부식의 보수적 관점에서 유교적 서수로만 쓰여진 책으로 여기는데, 김부식은 신라중심의 역사인식만을 강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전통왕호인 이사금, 마립간 등의 칭호를 그대로 유지하여 사용하였고, 제왕의 연대인 훙년칭원법을 사용하여 자주성을 강조한 면도 있습니다.

진삼국사기표를 보면 우리 역사를 유교적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서술하겠다는 의지도 보입니다. 즉, 전통적으로 삼국사기가 보수적인 관점에서 저술되었고, 김부식의 사견이 들어간 책이라는 관점만이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유교적 입장이 많이 들어갔고, 당시 지배집단의 입장에서 씌여진 책이라고 해도 충분히 역사적인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사료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