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현의 포고팔도사민
아, 원통하다. 오늘날의 국사를 차마 말로 할 수 있으랴. 옛날에 나라가 망할 때는 종사만 멸망할 뿐이었는데, 오늘날 나라가 망할 때는 인종까지 함께 멸망하는구나. 옛날에 나라를 멸명시킬 적에는 전쟁으로써 하더니 오늘날 나라를 멸망시킬 적에는 계약으로 하는구나. 전쟁으로 한다면 그래도 승패의 판가름이 있겠지만 계약으로 하는 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 지난 10월 20일의 변은 전세계 고금에 일찍이 없었던 일일 것이다. 우리에게 이웃나라가 있어도 스스로 절교하지 못하고 타인을 시켜 절교하니 이것은 나라가 없는 것이요, 우리에게 토지와 인민이 있어도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타인을 시켜 대신 감독하게 하니, 이것이 임금이 없는 것이다. 나라가 없고 임금이 없으니 우리 삼천리 인민은 모두 노예며 신첩일 뿐이다. 남의 노예가 되고 남의 신첩이 된다면 살았다 하여도 죽는 것만 못하다(중략). 시급히 행하여야 할 일을 대강 아래에 나열하여 기록한다. 1. 이번에 신조약을 멋대로 허락한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등 오적은 우리 국가의 죄인일 뿐만 아니라 실로 천지, 조종의 원수이며 전국 만민의 원수이다. ....맹세코 저 오적을 죽여서 우리 조종과 인민의 큰 원수를 제거할 것. 1. 저 오적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으로써 기량을 삼아 오늘 한 가지 일을 허락하고 다음날 또 한 가지 일을 허락하여 적년의 의정서와 올해의 5조약을 인준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다시 여지가 없게 되었다. ....무릇 우리의 높고 낮은 관료 및 병졸과 백성들은 모두 충성을 내어 화환의 예방을 할 것. 전번 유약소의 통고문을 보니, 결세를 내지 말고 윤차를 타지 말자는 것과 포백, 기용 등 저들의 물건을 쓰지 말자는 말이 있었는데, 이것은 진실로 틀림없는 의론이다. 대저 결세는 국가경영에 사용하는 것인데 오늘날에는 모두 왜놈의 금고에 들어가니, 어찌 우리 백성들의 고혈을 원수의 먹이가 되게 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각각 자기 고을에서 해당 마을의 부유한 집에 거두어두었다가 오적이 제거된 다음 궁내부에 바쳐야 한다. 철로는 저들이 우리 나라를 멸망시키려는 수단의 한 가지인데도 매일 차를 타는 자를 다 실을 수 없을 정도이니, 어찌 우리 백성의 어리석음이 이다지도 심하단 말인가? 생각해보건대, 각처에서 하루에 차를 타는 비용이 어찌 천만만 되겠는가. 재물이 다하여 나라가 멸망하는 것을 우리 백성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타 포백과 기물로 저들이 재물을 몰아가는 것도 단 그 수를 셀 수 없으니, 아 지난날 저들과 통상하지 아니할 때는 우리 백성들이 과연 살 수 없었던가. 이것은 매우 생각이 없는 것이다. 바라건대, 우리 전국의 사민들은 한마음으로 서로 맹세하여 군기와 총포를 제외하고는 일체 저들의 물건을 쓰지 말고 기계가 편리한 것이라도 본국 사람이 제조한 것이 아니면 또한 사서 쓰지 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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