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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최익현의 창의토적소(倡義討賊疏)

최익현의 창의토적소(倡義討賊疏)

(생략)... 나라안의 적(賊)과 나라밖의 구(寇)들이 합세하여 임금을 위협하고 조약의 굴레를 씌워 침탈을 강행하였으니 이제 국가에 남아 있는 것은 허명(虛名)에 불과할 뿐이오 폐하(陛下)께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허위(虛位)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서 종사(宗社)를 보존(保存)할 길은 전혀 없고 민생(民生)들만 어육(魚肉)으로 되어 온 것이 벌써 여러날 입니다.

옛부터 다른 사람의 국가를 멸(滅)하고 다른 사람의 토지를 빼앗는 일이 어찌 할 일이겠습니까마는 저들 왜적(倭賊)들 같이 교활하고 융악한 자(者)들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들 나라의 군신(君臣)들은 바야흐로 그것을 동양평화(東洋平和)다 우의익친(友誼益親)이다 라고 천하(天下)에 큰소리를 치므로써 만국(萬國)의 이목(耳目)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거니와 또한 그 앞잡이들로써 저들의 손톱과 어금니 노릇을 하고 있는 우리의 역적(逆賊)들도 저들의 농간(弄奸)에 춤을 추면서 그것은 잠시 외교권(外交權)을 일본(日本)에 빌려준 것으로써 우리들이 부강할 때 다시 찾으면 된다고 지껄여 대고 있습니다.

아 슬프다. 저들 왜(倭)라는 것들은 금심수행(禽心獸行)의 오랑캐들로써 족(足)히 인도(人道)로써 꾸짖을 바가 못되지만 이 우리의 적신배(賊臣輩)들은 또한 국가(國家)에 무슨 원수가 있어서 그것을 반드시 망(亡)하게 하므로써 이 차마 하지못할 끔찍한 일들을 그대로 한단 말입니까, 이제 저들 왜적(倭賊)들은 마침내 인종(人種)마저 바꾸려는 독모(毒謨)마저 실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민조례(移民條例)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 불일내(不日內)로 시행할 것인 즉 이 지경에 이르러서 저들 역신배(逆臣輩)들은 또한 무슨 말을 가지고서 그 죄(罪)를 피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 때를 당(當)하여 진실로 인성(人性)을 가진 자(者)라면 그 누구나 생(生)을 그만 두려는 뜻을 가질것이온데 하물며 신(臣)과 같은 늙은이로써는 하루를 더 살면 하루의 욕(辱)을 더 하는 것이고 이틀을 더 살면 이틀의 욕(辱)을 더 하는 것이온데 어찌 구차하게 몸을 아끼는 마음 때문에 저 민영환(閔泳煥), 조병세(趙秉世), 홍만식(洪萬植), 송병준(宋秉畯)들과 같이 한번 죽음으로써 나라에 보답(報答)하지 못하겠습니까

<중략(中略)>

이 때문에 신(臣)은 숨어서 생명을 끌면서 약간의 동지(同志)들과 더불어 저 적의(翟義)나 문천상(文天祥)이 했던 것과 같은 거의(擧義)를 도모해온지 이제 5개월이 되었습니다. 다만 신(臣)은 본래부터 재지(才智)가 없고 또한 늙으매 병(病)까지 겹쳐서 처음 모의를 시작할 때부터 그 형세가 막히기를 십중팔구나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거의(擧義)할 것을 끌어오면서 앉아서 세월만 보내다가 이제 그 계획이 다소 정해지고 인사들이 모여들었기에 바로 이달 12일에 전(前) 낙안군수(樂安郡守) 임병찬(林秉瓚)을 보내어 먼저 의기(義旗)를 꼽게 하였습니다.

이에 신(臣)등은 동지(同志)들을 장려하여 차례로 북(北)으로 밀고 올라가 이등전문(伊藤傳文)과 장곡천호도(長谷川好道)등 제왜(諸倭)를 글로써 부르고 각국공사(各國公使) 및 우리 정부(政府)의 제신(諸臣)들을 회동(會同)시킨 다음 크게 담판을 벌리므로써 작년 10월의 늑약(勒約)을 거두어 없애버리고 각부의 고문관들을 파(罷)하여 돌려보내며 또한 우리의 국권(國權)을 침탈하고 민생(民生)들을 하나같이 만국공론(萬國公論)에 붙여 없앨 것은 없애고 고칠 것은 고치므로써 국가(國家)로 하여금 반드시 그 자주권(自主權)을 잃지 않게 하고 민생(民生)들로 하여금 역적(逆賊)의 화(禍)로부터 면(免)하게 하려는 것이 바로 신(臣)의 소원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 역량과 형세를 헤아리지 않은 채 저들에게 짓밟히는 화(禍)를 당(當)한다 하여도 신(臣)은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죽음을 감수(甘受)하고 독(毒)한 귀신(鬼神)이라도 되었다가 저 원수의 오랑캐를 쓸어버리고 말 것이지 결코 저들과 더불어 같은 하늘 밑에 살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우리 사람들 가운데 즐겁게 저들의 노예(奴隸)가 되어 대의(大義)를 도리어 원수처럼 보려는 자(者)들이 있어 서로 앞을 다투어 우리를 비도(匪徒)라 칭하면서 헐뜯을 것이오니 신(臣)은 참으로 이것만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궁궐(宮闕)을 바라보고 폐하(陛下)를 사모(思慕)하며 울어울어 목메이는 가엾은 이 신(臣)의 충정을 삼가 죽음을 무릅쓰며 이같이 呼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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