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메소포타미아에 문명이 발생하다.
세계 최초의 문명은 지중해라고 불리는 지역의 동쪽인걸 이젠 다 알겠지? 역사에서 동지중해 연안을 <기름진 초승달 지역>이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지금 이라크 지역에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는 정말 기름진 옥토였다고 해.
우리가 보통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라고 하지만, 원래는 '가운데'라는 뜻의 그리스어 메소(meso)와 강이라는 뜻을 가진 potams의 단어가 결합되서 영어식으로 사용하게 된 단어야. 즉, 강과 강 사이의 비옥한 땅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가르키는 용어를 일반 명사 단어처럼 쓰고 있는 거지. 비슷한 예로 남북 아메리카 사이에 있는 고대 문명들을 메소아메리카 문명이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야.
자 그럼 이제부터 교과서에 나온대로 한번 최초의 문명이 왜 탄생했는지를 유추해보자.
교과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어. 인류 문명이 시작된 대부분의 지역에는 큰 강이 흐르고, 강의 범람이 주변 땅을 비옥하게 만드니까 사람들은 점점 더 기름진 땅에 모이는 거라고... 하나 더 부연하자면 강이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협력과 분업>이라는 인류 최초의 사회 조직망도 이루어질 수 있었을 거야.
특히 티그리스강은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기름진 흙이 하류에 쌓이면서 자연 제방이 되었기 때문에 그 지역은 당시에 가장 살기 좋은 알짜배기 땅이었지. 요즘으로 따지면 유프라테스강이 벤처 기업들이 도전하기 딱 좋은 강남 서초구라면, 티그리스강은 고급 주택들이 바글바글한 송파구 정도???
그래서인지 5500년전에 이곳에 문명이 정착된 이후, 천년 뒤부터 바로 여기저기 이민족들이 이쪽으로 이주하려고 발버둥을 치게 된거야... 전에 말했던 민족 대이동있지? 뭐, 그 정도는 아니래도 틈틈이 이 동네로 사람들이 몰려왔지. 그게 아니면 아예 동쪽으로 가서 인더스 강가로 넘어가거나 했으니까...
땅은 좁은데 분양받으려는 사람이 많으니깐 얼마나 비비적 거리겠어? 따라서 약 3천년전경부터는 바로 이 지역이 서아시아에서 가장 전쟁이 많고 민족 이동이 많은 지역으로 바뀌게 되는거야.
아무튼, 이 지역은 사람들이 살기에 너무 좋았어. 그러나, 어떤 지역이든 완벽한 동네는 없겠지? 이 지역에는 큰 문제가 하나 떡~ 하니 있었어.
그것은 바로,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라는 두 강이 같은 시기에 홍수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지. 두 강물이 넘치는 시기가 다르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은, 농사를 짓기에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거야. 따라서 이 지역은 농사에 힘쓰면서도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장사하는 분야에도 눈을 돌리곤 하지. 이 지역에서 상업과 농업이 동시에 발달한 가장 큰 이유가 이거야.
또 강이 2개나 되어서 강의 범람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도 더 많은 <홍수 설화>가 만들어진 지역이기도 하지. 수메르 홍수 설화, 바빌로니아 홍수 설화, 구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설화.... 기타 등등 비슷한 설화들이 무지 많아.
아무튼 이 지역의 사람들은 강물이 넘친 후에 비옥해진 땅을 이용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면서 살아야만 했어. 강물이 크게 넘치면 땅이 늪지대로 변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그 물을 빼는 작업부터 해야 했던거야. 반면 강이 넘치지 않을 때는 땅이 메마르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평소에 물을 저장해두어야 하겠지?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물을 저장하고 빼는 시설, 즉 <관개시설>이었지.
이러한 요령을 잘 파악해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슬기롭게 안착한 사람들이 바로 <강가 도시 사람들의 모임>란 뜻을 가진 <수메르> 사람들이었지.
- 수메르인들이 역사를 시작하다.
원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는 수메르인 이전에도 돌이나 청동기를 사용할 줄 알았던 원주민들이 있었어. 또 수메르인이 정착한지 천년 뒤에 기름진 강가 북쪽에 아카드라고 불린 사람들도 살고 있었어. 그런데도 우리는 서아시아 문명를 이야기 할 때 유독 수메르인에 대한 이야기만 주로 하게 되지.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수메르 이전의 사람들이 이 근처에 머물긴 했지만 보통 어느 정도 있다가 이동했거나,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야. 훨씬 전에 이 비옥한 땅 중 하나인 우르 지방에서 살았다던 아브라함이 성경에서는 큰 의미가 있을진 몰라도 이 지역의 전체 역사에 기여한 점은 아직 찾질 못한거랑 같은 거지. 다른 소수 민족들도 마찬가지야. 아카드인들 역시 후대 역사에 크게 영향을 준게 없어.
반면, 수메르인들은 <문자>를 사용해서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어. 그리고 그 문자 기록이 후대 왕조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지. 예를 들어 수메르 다음으로 이 지역에 건너온 아무르족이 세운 바빌로니아 왕국은 그 언어나 신화, 생활패턴부분까지 수메르인들과 비슷한 부분이 매우 많거든.
반면, 기록이 남지 않은 민족들은 유물이나 유적지 등을 조사해서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단편적으로 밖에 알 수가 없잖아? 그나마 유물이나 유적지가 너무 적은 경우에는 존재했는지 근거도 헷갈려서 <전설의 시대>로 넘겨 버리기도 하거든. 만약, 구약성경이 없었다면 아브라함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우리가 알수 없고, 그 존재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야. 아마도 수메르 이전에도 아브라함 부족처럼 수많은 소수 부족들이 비옥한 초승달 지역을 거쳐갔을거야.
아무튼~~~ 기원전 3500년경, 수메르인들은 형체가 있는 물건의 모양을 본떠서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어. 예를 들어 사람을 표현하려면 사람 모양을 그리고, 새를 표현하려면 새의 모양을 그려서 초보적인 표현을 남긴 거지. 이런 초보적인 문자를 상형문자라고 해. 뭐...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이 글자가 계속 발전해서 후대 페니키아인들이 고쳐쓰기도 했는데, 그게 알파벳의 기원이라나, 뭐래나....
하지만, 이런 상형문자는 큰 결점이 있었지. 형체가 없거나 정신적인 부분, 관념적인 용어는 똑같은 모양을 그려서 표현할 수가 없잖아? 새는 새모양을 그리면 되지만, 사랑은 어떻게 표현할건데?
그래서 수메르인들은 형체가 있는 것은 <상형문자>로 표현하고, 표현하기 어려운 것은 쐐기모양으로 글자를 새기다가 어울릴 만한 형태가 있으면 그냥 그것을 그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어. 이것을 <설형문자>또는 쐐기문자라고 묶어서 부르기 시작한거야. 그니까 정리하자면 상형문자, 설명문자, 쐐기문자는 딱 어떤 구분점이 있는건 아니고, 그냥 비슷한 글자체계구나~ 하고 대충 넘어가도 되지.
형태를 본뜬 단계엔 상형문자, 형태를 유추하는 단계에서 설형문자, 쐐기를 파고 기호를 표시하는 단계에서 쐐기문자.... 그냥 그런거야.
이렇게 처음엔 형태나 모양위주로 글자를 이용하다가....
숫자는 빗금을 긋고, 물품 수량 등은 막대기의 길이 각도로 표현하다가...
결국 관념적인 것들도 다 이렇게 쐐기를 새기면서 만들어지면서 쐐기글자 완성.
그럼 이 문자는 어디에다 기록했을까? 당시에는 종이라는 것이 없었잖아. 하지만 이 사람들에게는 남아도는 거 하나 있지? 바로 강의 범람으로 생긴 진흙이야. 수메르 사람들은 강물이 넘치고 진흙이 생기면 점토판 위에다가 글자를 남긴 뒤 불에 구워서 자신들의 기록을 보존했던거야. 원래 쐐기란 것이 나무와 나무사이에 홈을 파서 연결하거나, 점토판에 못을 박거나 쓰윽~ 하고 긁어서 자국을 남기는 걸 말하는 거야. 뭐, 그래서 쐐기문자라고도 부르는 거지만.
그럼 무슨 기록을 보존했을까? 물론 일상적인 물물교환이나 도시 안의 사람들이 해야할 일도 기록했겠지만, 더욱 눈이가는 것은 수메르인 영웅 이야기나 전설, 그리고 천지창조에 대한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이이지.
수메르인들의 도시국가는 사실 어마어마한 규모야. 큰 도시는 일단 사람의 숫자가 만명 이상의 단위였고, 그런 도시들이 서로 견제하고 도와가면서 성도 만들고 관개시설도 만들면서 살았던 것이지. 하지만, 그러려면 수많은 노예들이 일을 매우 매우~ 열심히 해야겠지?
그래서 수메르의 귀족들은 우리 도시가 얼마나 크고, 귀족들이 얼마나 위대하며, 도시의 수호신들에게 봉사하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를 마구 마구 홍보하기 시작하지. 즉, 신과 영웅이 도시를 지켜주기 때문에 하층 계급들이 그나마 죽지 않고 산다는 걸 알리고, 도시를 안정시키려고 한거야.
그래서일까? 세계 4대문명에는 모두 노예 계급이 있고, 가장 맨 위에는 신관 계급이 존재하지. 물론 수메르의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도 당연히 <신관>계급이야. 정말 그런지 한번 확인해볼까?
중앙아시아에 살던 고대 아리아인들이 인도를 점령하면서 <브라만>이라는 신관계급이 되었어. 또 그 아리아인들이 북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켈트족의 신관계급인 <드루이드>라는 신관계급도 생기게 되었지. 중국 은나라에서는 갑골문자라는 거 있지? 거북이 등껍데기에다가 점치는 거 말야. 그 때 제사를 주관하는 신관의 지위가 매우 높았어. 신관이 죽어도 전쟁 안된다고 하면 뭐 못하는 거였으니까.... 이집트야 파라오 자체가 신의 아들이라는데 할말 없구... 우리 나라 사극만 봐도 고대 사극에는 다 신관들 나오잖아. 주몽이랑 태왕사신기에 나오는 신관들은 왕의 아들들도 죽일 정도로 권력이 있어보이긴 하더만...
아무튼 최초의 문명 시대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종교 관념>이 강했고, 종교 의식을 치르는 신관계급이나 정복자들은 사회의 지배계급으로서 살아갔지. 그리고 신관이 존재하는 사회에는 항상 <신화>가 존재했어.
그 신화는 내용은 안봐도 뻔해.
태초에 신이 있어서 인간을 만들었고, 그 신을 모시기 위해 신관이 존재하고, 신관의 말을 잘들으면 도시사람들이 신의 가호를 받고 살아갈 수 있다... 뭐 이런거지. 특히, 수메르인들은 <설형문자>를 통해 점토판에 신과 영웅에 대한 기록을 많이 남겨두었기 때문에 신화 내용이 그나마 많이 남아있거든.
자, 그럼 이제 인류 최초의 신화라고 불리는 수메르 신화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 신화가 갖는 역사적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